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결정할 듯..TSMC·인텔에 '반격'
삼성SDI 미국 현지 진출도 가시화..현지 업체 합작 전망
백신 수급문제 풀수 있을까..'백신 특사' 역할도 기대
재계도 환영.."사면 아닌 제한 많은 가석방은 아쉬워"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3일 가석방이 확정되면서 삼성그룹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의 복귀로 그 동안 산적해 있던 투자 현안을 하나씩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TSMC, 인텔과의 반도체 패권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미국 투자 재개로 삼성이 반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국내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백신 특사'로서 이 부회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
다만 자유로운 경영 활동이 보장되는 사면이 아니라 해외 활동에 제약이 따르는 가석방 형태인 점은 아쉽다는 게 재계 반응이다.
9일 삼성전자와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앞으로 그의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20.12.21 pangbin@newspim.com |
삼성은 우선 미국에 증설할 신규 파운드리 공장 투자 지역 선정이 시급하다.
삼성은 지난 5월 미국에 170억 달러(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신규 투자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미국 주 정부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해 답보 상태다. 최고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 주 정부와 협상에서도 진전이 예상된다.
신규 투자 지역은 현재 삼성이 파운드리 공장을 가동 중인 텍사스주 오스틴시가 가장 유력했다. 하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오스틴과 인접한 테일러시를 비롯해 애리조나 인근 굿이어와 퀸크리크 지역, 뉴욕의 제네시카운티와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달 초 삼성전자 임원진들이 뉴욕의 제네시카운티를 방문해 현지 실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제네시카운티도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다. 오스틴시도 삼성이 제안한 투자계획을 검토하며 이달 중 합의를 기대한다고 밝힌 상태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공백기간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파운드리 후속주자인 미국 인텔의 추격도 거세다. 두 회사 모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어 삼성의 투자 결정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SDI의 미국진출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지난달 27일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지 배터리 공장 설립 등 미국 거점 진출 계획을 묻는 질문에 "늦지 않게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의 3위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합작사 설립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어 미국 진출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백신 수급 문제에도 해결사로 나설 전망이다.
최근 모더나는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 여파로 우리나라에 계획된 공급 물량인 850만회분보다 절반 이하인 백신 물량이 공급될 것이라고 알렸다. 이에 정부는 모더나에 즉각 항의하고 한국 공식 대표단을 파견해 백신의 조속한 공급 방안을 촉구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백신 공급 부족 사태가 어제오늘일이 아닌 만큼 재계의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주요 고비마다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 온 이 부회장이 '백신 특사'로 재격이라는 판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말 모더나 백신의 완제품 시범생산을 앞두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에 공급될 백신은 아니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로 모더나와의 협상이 좀 더 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계기로 반도체 등 전략산업 선점경쟁에서의 초격차 유지와 미래 차세대 전략산업 진출 등의 국가경제 발전에 힘써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은 이날 논평을 통해며 "멈춰있는 투자시계를 속히 돌리지 않는다면 인텔, TSMC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우리 경제의 먹거리를 한 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법무부 결정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새로운 경제질서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면이 아닌 가석방인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태희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 방식으로 기업경영에 복귀하게 된 점은 아쉽다"며 "향후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 및 글로벌 생산현장 방문 등 경영활동 관련 규제를 관계부처가 유연하게 적용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