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A씨, 결핵 의심으로 내원했다 조직검사에서 폐상엽 절제 당해
1심 "14억 배상해야" → 2심서 추정소득 달라지면서 11억 배상판결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조직검사 도중 환자의 명확한 동의 없이 폐 상엽 일부를 절제한 의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변호사 A씨가 흉부외과 전문의 B씨 및 병원 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쌍방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들이 11억여원을 A씨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A씨는 2016년 2월 건강검진 결과 과거에 앓았던 결핵이 재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 호흡기내과에 내원해 흉부CT 검사를 받았다. 당시 주치의는 폐렴 진단을 내린 뒤 항생제 2주 복용을 처방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2주 후 다시 내원해 시행한 흉부방사선검사 결과 염증이 확인됐고, 주치의는 폐결핵 재발을 의심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시행한 흉부방사선검사에서 우측 폐상엽의 병변이 진행되는 양상이 발견되자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흉부외과 전문의 B씨에게 협진의뢰를 했다.
B씨는 같은 해 6월 28일 A씨에 대한 조직검사를 하면서 쐐기절제술로 우측 폐상엽 말초 부위 조직 일부를 절제했는데 이 과정에서 염증성 물질을 확인했다. 이후 B씨는 절제한 폐 부위에 염증이 있어 절제된 부위가 다시 봉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우상엽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A씨는 당시 "수술동의서를 작성할 무렵 쐐기절제술로 절제하는 범위에 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데, 만일 폐엽 전부를 절제하는 내용을 들었다면 결코 이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명확한 승낙 없이 시술한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 당시 반드시 우상엽 전체를 절제해야 하는 급박한 사정도 없었고, 결국 수술 후에도 결핵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의료행위상 주의의무와 설명의무 위반을 모두 인정했다. 또 감정 결과를 토대로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은 35%라고 봤다.
다만 "원고의 모든 손해를 피고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배상책임의 범위를 70%로 제한하고, A씨의 월소득을 3000만원으로 계산해 총 14억4035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지만, A씨의 추정소득을 일부 달리 계산하면서 인용 금액이 11억여원으로 줄었다. A씨가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법무법인은 정년이 만 60세로 정해져 있는데, 이때까지는 월 3000만원을 받지만 정년 이후에는 파트너 변호사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므로 변호사의 가동연한인 만 70세까지의 월급은 그보다 낮게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반 파트너 변호사의 급여 및 상여금은 해당 파트너 변호사의 법조경력연수, 실적, 기타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매년 결정되어 실적급이 가미되어 있는 점을 볼 때 만 60세 이후에는 급여가 감소될 수 있다"며 "만 60세 이후부터 가동연한까지에는 피고가 자인하는 10년 이상 남자 변호사의 통계소득인 월 767만2000원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같은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노동능력상실률을 35%로 인정하고 평가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오해 등으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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