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세계 주식시장의 관심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테이퍼링(국채·주택담보대출증권 매입액 축소)'에 쏠려있다. 작년과 올해 세계 증시의 강세장을 이끈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부양책이 막을 내리기 시작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강세장을 계기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대형 악재에 익숙하지 않은 '20·30 MZ세대' 투자자들이 주시해야 할 재료다.
주식시장은 이미 테이퍼링 전망을 둘러싸고 거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테이퍼링 방침에 영향을 주는 물가·고용 지표나 관련 발언이 나오면 시세가 요동치는 현상이 반복된다. 예로 지난달 16일 연준이 '테이퍼링 논의를 개시했다'고 밝히자 당일 미국 주가지수는 1%가량 출렁했다.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개인투자자가 큰 손실을 보지 않고 장기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려면 테이퍼링에 대한 이해와 대비 자세가 필요하다.
시장이 테이퍼링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건 8년 전 기억 때문이다. 2013년 5월22일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연내 테이퍼링 개시'를 시사한 뒤 전 세계 주가지수는 일제히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미국 주가지수 S&P500은 버냉키 당시 의장의 발언 이후 한 달에 걸쳐 3.7% 떨어졌고 MSCI 신흥시장지수는 14% 급락했다. 이번에는 연준의 통화부양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이어서 그 여파도 더 클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여파가 온다면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의 시장 참여율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늘어난 가운데 많은 투자자의 투자기간이 짧아 대형 악재에 다수가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모바일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1093명을 대상(20·30세대)으로 실시한 지난 1월 설문 결과에 따르면 주식에 투자하는 토스 사용자 가운데 투자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가 70%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테이퍼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연준이 테이퍼링을 실시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연준이 테이퍼링에 나서는 배경에는 경기가 좋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기본적으로 경기 호조는 주가에 호재다. 따라서 테이퍼링으로 주가가 급락해도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 주가는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주가 급락에 당황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 제시된다. 예를 들어 우량주 투자가 전략이 될 수 있다. 연준이 부양 규모를 줄이기 시작한다는 건 경기 회복이 '초기'에서 '중기'로 바뀌었다는 의미인데 과거 경기 회복의 중반부에서는 우량주가 대체로 좋은 성과를 냈다(존핸콕인베스트먼트)는 이유에서다. 2013년 12월 연준의 첫 테이퍼링 개시 발표 뒤 달러가 1년 동안 강세(달러지수 11% 상승)를 보였다는 점에서 달러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관련 방법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오는 8월이나 9월 테이퍼링과 관련한 구체적 방침을 공개하고 내년 1분기 중 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엔 신흥국의 대외건전성 등 체질이 개선된 덕분에 2013년 같은 파장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의 몸값이 이례적으로 비싸진 만큼 경계감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된다. 연준의 이번 테이퍼링이 투자에 막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개인투자자들의 '첫 관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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