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 받고 고소사건 수사 경찰관에게 '잘 봐달라' 부탁
법원 "잘못 인정 않고 책임 회피만…엄정 처벌 불가피"
돈 준 다단계 업자는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받아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평소 알고 지내던 다단계 판매업자에게 돈을 받고 지속적으로 고소 사건 상황을 챙겨준 경찰관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A경위에게 징역 5년 및 벌금 6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6000만원을 명령했다.
형사과 강력팀장으로 근무하던 A경위는 지난 2018년 지인으로부터 관할지역에 있는 화장품 다단계 판매업체 대표 B씨를 소개받았다. 이혼 소송 중이었던 B씨는 이듬해 배우자의 외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녹음기와 위치추적장치를 설치했다 발각돼 고소를 당했다.
경찰로고 [사진=뉴스핌DB] |
이 사건은 A경위가 소속된 형사과 형사팀에서 담당하게 됐는데, A경위는 자신의 후배들인 담당 경찰관들에게 '잘 아는 사이이니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하고 B씨의 출석일자 조율 등 수사편의를 제공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속적으로 사건 처리 상황을 묻고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경위는 B씨로부터 1000만원짜리 수표 6장을 받았다.
A경위는 수사기관에서 "일부를 빌리고 일부는 수표를 환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환전해준 것"이라고 하면서 개인적인 금전대여일 뿐 사건 청탁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다, 법정에서는 "6000만원을 수수한 것은 인정하지만 뇌물이 아니라 단순히 부탁을 받아 환전한 후 돌려줬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하지만 당시 A경위는 동생과 지인들에게 수표를 나누어 주면서 현금으로 교환해달라고 했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말아달라며 허위 진술까지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A경위는 구속 기소돼 1심 재판 중이던 지난해 12월 파면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A경위가 B씨로부터 수수한 수표 6매는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다른 경찰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하는 대가로 수수한 뇌물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 수사 및 직무집행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훼손시키는 행위로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법정에서도 잘못을 반성하기보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피고인의 알선행위가 형사사건의 수사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벌금형 1회 외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30년 이상 경찰공무원으로 별다른 비위사실 없이 근무해온 점 등 유리한 정상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A경위에게 사건 처리 대가로 돈을 건넨 B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자신의 형사사건 진행 및 처분에 대한 구체적 기대를 가지고 거액의 금원을 교부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이혼소송 과정에서 남편의 불륜 여부를 확인하려다 고소당하는 등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이 사건에 범행에 이르게 된 점,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면서 수사에 협조한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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