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공항공사 특화…동부건설 다각화 효과
조선소 인근 부산 감만1구역 재개발…"시너지 기대"
3년 후 조선소 부지개발 관측…동부건설 "사실 무근"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을 인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인수로 동부건설의 주택 사업지가 확대되고 한진중공업이 강점을 가진 공항공사 부문으로 사업 영역도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동부건설이 부산 감만1구역 재개발사업을 할 경우 한진중공업이 소유한 부산 영도조선소 부지 개발과 시너지를 낼지도 주목된다.
◆ 한진중공업, 공항공사 특화…동부건설 다각화 효과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15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시중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주주협의회)으로부터 한진중공업 보통주식의 66.85%(5567만2910주)를 사들이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4.16 sungsoo@newspim.com |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동부건설과 필리핀 BDO은행, 에코프라임마린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로 구성돼 있다. 동부건설은 한진중공업의 건설업 분야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해상 플랜트 기술이 동부건설의 사업 다각화 전략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과 동부건설은 매출에서 건설부문 비중이 각각 71.96%, 88.6%로 가장 높지만 사업 영역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건설에서 공항, 오피스, 물류시설 등 건축공사(24.16%)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 이어 ▲도로, 철도, 지하철, 공항, 댐 등 토목공사(15.33%) ▲급유시설, 소각설비, 탈황설비 등 플랜트공사(14.72%) 순이다.
반면 동부건설은 건설부문에서 국내도급 건축공사가 59.2%(관급 22.1%, 민간 37.1%)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어 ▲국내도급 토목공사 24.8%(관급 21.4%, 민간 3.4%) ▲국내도급 플랜트공사 2%(관급 2.0%, 민간 0%) ▲기타부대사업 2.6% 순으로 비중이 높다.
동부건설은 매출에서 건축공사(59.2%)가 절반 이상인 반면 한진중공업은 플랜트 비중(14.72%)이 상대적으로 동부건설보다 높은 것이다. 또한 한진중공업은 공공 공항공사 부문에 특화돼 있다는 강점도 갖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2581억원 규모의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 골조 및 마감 공사를 수주했다. 이 공사비는 지난해 회사 매출액(1조6958억원)의 약 15% 규모다. 계약은 오는 2025년 10월 31일 끝난다.
◆ 조선소 인근 부산 감만1구역 재개발…"시너지 기대"
동부건설 측은 한진중공업 소유인 부산 영도조선소 부지를 개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영도조선소 부지가 개발되면 동부건설의 부산 감만1구역 정비사업과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4.16 sungsoo@newspim.com |
동부건설은 작년 8월 4716억원 규모의 부산 남구 감만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공사를 수주했다. 공사지역은 부산 남구 감만동 312번지 일대다. 동부건설은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공사를 진행하며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공사규모는 총 1조5721억원이며 이 중 동부건설의 계약금액은 4716억원이다. 지난해 동부건설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1조2146억원)의 38.8% 규모다. 공사기간은 착공일로부터 42개월이지만 착공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사업장에서 차량으로 약 12분 떨어진 곳에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부지가 있다. 부지면적은 28만㎡(약 8만여평) 정도다. 울산에 조선소를 둔 현대중공업이 495만㎡(150만평),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429만㎡(130만평), 330만㎡(100만평) 부지를 갖고 있는 것에 비하면 협소한 규모다.
STX조선이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갖고 있는 99만㎡(30만평) 부지보다도 작다. 영도조선소가 갈수록 대형화되는 선박을 건조하기에는 가치가 높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부지는 개발 가능성 측면에서 매력적인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영도구 일대는 부산시의 장기적 도시개발 계획에 포함돼 있다.
부산시 '2030년 부산도시기본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부산시는 ▲서부산 ▲중부산 ▲동부산으로 구분해 토지이용계획을 세웠다. 이 중 중부산권 발전전략에는 북항 재개발이 포함됐다. 영도조선소 부지는 북항 개발지역과 인접해있어 부동산 개발 시 큰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 [사진=한진중공업 홈페이지 캡처] 2021.04.16 sungsoo@newspim.com |
◆ 3년 후 조선소 부지개발 관측…동부건설 "사실 무근"
업계에서는 한진중공업의 조선업 유지 의무기간인 3년이 지나면 해당 부지가 다른 용도로 바뀌어 조선소가 사라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한진중공업 매각 조건에는 3년 이상 조선업을 운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반대로 3년 후 조선업을 매각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은 수익성이 좋지 않다. 작년 한 해 조선부문 영업손실은 394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 규모가 지난 2019년 182억원에서 2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한진중공업의 조선부문은 지난 2011년부터 10년째 내리 적자를 기록 중이다.
신규 수주도 넉넉하지 않다. 작년 연말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가 앞 다퉈 수주 소식을 전한 반면 한진중공업은 잠잠했다.
또한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동부건설과 함께 한국토지신탁, NH 프라이빗에쿼티(PE), 오퍼스 PE 등으로 구성됐다. 조선업 경험은 없으면서 부동산 개발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구조조정에 능한 사모펀드들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향후 영도조선소 부지가 개발될 가능성을 전면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동부건설의 한진중공업 인수는 공공공사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개발사업지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한진중공업은 공공 공항공사 부문에 특화된데다, 3년 뒤 영도조선소 부지 개발이 가능한 만큼 동부건설의 부산 감만1구역 재정비사업과 시너지를 낼지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반면 동부건설 측은 영도조선소 부지 개발 가능성을 부인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영도조선소 부지 개발설은 사실 무근"이라며 "영도조선소 부지는 부산에서도, 조선업계에서도 상징적인 곳인 만큼 개발이 아닌 조선업을 영위하기 위한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