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복형 살해 용의자, 말레이시아서 '확산금융' 활동
중국 등 정보망 통해 수십만 달러 자금 北에 보내
"금융당국 스스로 北과 관계있는 개인·단체 조사해야"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북한이 해외에서 벌이는 불법 자금조달 수법을 소개하면서, "금융기관과 사법당국의 더욱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연구소는 현지시간으로 15일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이복형, 김정남의 살해 용의자인 리정철이 체포될 때까지 말레이시아에서 대북제재 감시망을 피해 북한 정권에 자금을 지원한 활동, 이른바 북한의 '확산금융'에 대해 논의했다.
[삭주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 2018년 8월 북한 평안도 삭주군 압록강 인근에서 철조망 너머로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연구소는 리정철이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됐을 당시 확보된 휴대전화와 컴퓨터 기록을 분석한 결과, 리정철이 말레이시에서 중국 등 해외 연락망을 통해 북한에 자금을 보낸 정황을 확인했다.
당시 리정철은 북한의 무역을 총괄하는 대외경제위원회 소속 '조선봉화총회사'의 대표를 맡아 북한산 광물 수출에 관여하고, 북한에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리정철의 제재회피 활동을 조사한 이 연구소의 게리 서머빌 연구원은 "리정철의 전자우편과 문자 내용, 영수증 등을 분석한 결과, 리정철이 중국에 있는 정보망과 중국 은행계좌를 통해 조선봉화총회사 소유의 자금을 북한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리정철이 연락을 취한 해외 정보망은 대부분 북중 국경과 가까운 단둥, 랴오닝성에 집중돼 있었고, 베이징과 상하이, 광동 지역에서도 일부 발견됐다.
서머빌 연구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국제사회 금융기관들의 대북제재 이행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중국인 등 외국인을 대리인으로 앞세워 금융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금융 거래를 하기 때문에 적발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체포 당시 리정철을 비롯해 리정철의 대북제재 회피 활동과 연루된 정보원들 역시 제재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사실상 이들의 불법 자금조달 정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러한 제재망의 허점을 노려 제3국에서의 불법 자금조달 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 당국 스스로 과거 북한과 관계가 있었던 개인이나 업체들의 금융 거래 내역을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 등 해외은행들은 북한과 연루된 단둥 지역 업체들의 금융 거래 내역을 주시하고,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화상회의에 참석한 이 연구소의 다르야 돌지코바 핵확산정책 담당 연구원도 "북한이 해외에서 식당, 건설회사, 무역업체 등 합법적 사업을 통해 벌이는 확산금융 활동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돌지코바 연구원은 "표면상 합법적인 사업체이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의 정밀 조사 없이는 이들의 불법 금융 거래를 찾아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금융 및 정부기관들이 북한의 확산금융 연관 가능성이 있는 활동 영역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9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 협상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석방된 리정철은 북한으로 돌아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중국에서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