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징역 1년6월·집행유예3년…"지인 선의"
검찰 "뇌물수수 인정하면서 집유 선고, 이례적"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수천만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유재수(57)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전 금융위 정책국장)이 "원심은 직무 관련성 및 대가성이 뚜렷하지 않은데 유죄를 인정했다"며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1부(이승련 엄상필 심담 부장판사)는 24일 수뢰후부정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전 부시장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금융위원회 간부 시절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019년 11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27 pangbin@newspim.com |
이날 유 전 부시장 측 변호인은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며 "원심은 뇌물수수죄에 있어 공무원의 직무와 뇌물 사이 관련성이라는 구성요건에 대해 공소장에 아무런 기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무 및 직무관련성을 인정해 불고불리의 원칙(검사가 공소제기가 없는 사건에 대해 법원이 심판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 절차의 원칙)에 반하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부속실 근무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한직을 떠돌았고 저술·집필활동을 하던 피고인이 지인들에게 책을 나눠주고 책값을 받는 등 친분관계에 있던 지인들이 선의로 도와주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며 "공여자들도 공통적으로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뇌물수수 범죄에서 직무관련성에 대한 엄격한 법리를 적용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은 각종 의혹제기부터 시작해 이 사건 수사 및 구속과 공판을 거치면서 형사처벌 못지 않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많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특히 청와대 특별감찰 이후 건강이 나빠졌고 1심 집행유예 선고 후 위암이 발견돼 수술을 받고 현재도 지속적인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원심의 양형 판단은 저희 경험상 매우 이례적이었다"며 "원심은 피고인이 4221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인정했고 '적극적 요구'라는 부정적 사유(특별가중인자)가 존재함에도 '장기간 성실히 근무', '경합범 없음' 이라는 긍정적 사유를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해 일반적 양형권고안에 미치지 않는 형을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내달 28일 다음 재판을 열고 공여자 2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유 전 부시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금융위원회에 근무하면서 자산운용사 대표 등 금융업계 종사자들로부터 총 47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유 전 부시장이 받은 금품 중 4221만원에 대해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9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4221만여원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금융위원회 공무원인 피고인이 금융위원회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를 운영했던 공여자들로부터 반복적으로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적지 않다"면서도 "피고인과 공여자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관계가 수수의 큰 이유로 보인다"고 봤다.
다만 유 전 부시장이 친동생의 취업을 청탁한 혐의와 부하 직원을 통해 선물을 대신 받은 혐의는 증거 부족 및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한편 유 전 부시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비위 의혹을 알고도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켰다는 이른바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이 과정에서 특별감찰반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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