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말레이시아와 외교 단절..."美, 대가 치를 것"
"제재 두려운 北, 적대시정책 철회 우회적 압박"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북한이 자국 주민을 미국에 인도한 말레이시아 정부와의 외교 단절을 선언하고 미국을 '배후조종자'라며 비난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줄곧 침묵을 유지하던 북한이 최근 연거푸 비난을 펼치며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이번 외교 단절 조치는 미국을 겨냥해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아가 북한이 이번 결정을 계기로 대미 관계에 있어 더욱 공세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사진 = 노동신문] 2021.01.13 oneway@newspim.com |
◆北 외무성 "말레이시아와 외교 단절...'배후조종자' 미국, 대가 치를 것"
북한 외무성은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돈세탁 혐의 등으로 체포된 문철명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하기로 결정한 것이 원인이다.
외무성은 "문제의 우리 공민으로 말하면 다년간 싱가포르에서 합법적인 대외무역활동에 종사해온 일꾼으로서 그 무슨 '불법자금세척'에 관여했다는것은 터무니없는 날조이고 완전한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이번 사건의 배후조종자, 주범"이라며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미국을 '우리 국가의 최대주적'이라고 지칭하는 한편, 북미관계를 "지구상에서 가장 적대적인 관계"라면서 "70여년 동안 기술적으로 전쟁상태에 있으며 그것은 부정할수 없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서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직접 담화문을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의 방한에 맞춰 본격적으로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이 후반기에 접어든 지난 16일 "남한은 온 민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따뜻한 3월' 대신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대남 비난에 나섰다.
뒤이어서는 최 제1부상이 미국을 직접 겨냥해 "대북적대시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 조선중앙통신, 로이터 뉴스핌] 2021.03.19 oneway@newspim.com |
◆ 전문가 "北, 美에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압박...공세 이어질 것"
이처럼 북한이 최근들어 대외관계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완성이 임박한 시점에서의 사전 경고 차원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의 이날 성명 역시 미국이 주도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바이든 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결정하느냐에 따라, 적대적일 경우 자신들이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외무성의 이날 성명은 말레이시아에 대한 반발의 의미도 잇지만 다른 국가에도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역시 "최근 2+2 회담을 비롯해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권문제와 대북제재같이 북한에 있어 뼈아픈 문제들을 거론했다"면서 "북한이 이를 굉장히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제재에 있어 전보다 유연해진 태도를 기대한 것 같다"면서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이 강경한 모습을 보이자 제재 강화를 염두에 두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언을 계기로 북한이 대미 정책에 있어 더욱 공세적인 모습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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