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프로그램 개발자 살해 혐의…10년간 전자장치 부착명령도
"장기간 폭행해 사망…공범에게 책임 미뤄 엄중 처벌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태국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고용한 직원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주범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8일 오후 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37) 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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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태국으로 불러 고용한 뒤 도박사이트 정보를 빼돌렸다는 이유로 장기간 폭행했고 피해자는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며 "무엇보다 고귀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범행으로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은 폭력적이고 잔인하며 사체를 유기한 채 도주해 수년간 도망생활을 했다"며 "책임 전부를 공범에게 미루고 후배를 시켜 범행 은폐를 시도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고인이 계획적 또는 확정적 고의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은 점, 피해자에 대한 상해와 마약류 흡입 등 사건으로 징역 4년 6월의 별도 형이 확정된 상태인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공범 윤모 씨가 피해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고 자신을 가해자로 지목한 윤 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김 씨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태국 법원은 김 씨 측 변호인이 제공한 반대신문 사항을 포함해 윤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고 사법공조를 통해 취득한 윤 씨의 진술에 대해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며 "윤 씨의 진술과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가해가 입증됐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윤 씨는 자신이 직접 (폭행의) 실행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유죄가 인정돼 태국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며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윤 씨에게 일방적인 폭행을 당해 사망에 이를 상황이었다면 피해자를 고용해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는 피고인은 윤 씨를 저지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살인의 공범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했다.
'파타야 살인사건'은 태국 방콕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김 씨와 윤 씨가 2015년 11월 19일 프로그램 개발자 임모(당시 25세) 씨의 머리를 둔기로 내려치는 등 폭행해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김 씨와 윤 씨는 범행 다음날인 11월 20일 방콕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는 파타야 한 리조트 주차장에 피해자 사체가 실린 차량을 주차하고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윤 씨는 태국 경찰에 자수했고 징역 15년을 선고 받아 현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반면 김 씨는 베트남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 붙잡혔고 재판 과정에서 오히려 윤 씨의 폭행으로 임 씨가 사망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한편 김 씨는 2019년 12월 임 씨에 대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감금) 등 혐의로 징역 4년6월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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