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작년 1월 이후 최고수준...60달러대 근접 전망
美 송유관 건설 및 신규시추 금지령에 공급차질 우려
"재고 여전히 많아, 정제마진 회복 시간 소요" 주장도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기관들이 정유·석유화학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요 개선과 감산 조치가 국제유가를 밀어올릴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신임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도 유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재료로 꼽힌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지난 5거래일(2월1~5일) 간 코스피시장에서 S-OIL과 금호석유를 각각 401억1300만원, 355억2000만원 가량 순매수했다. 이는 코스피 시장 기관 순매수 종목 (ETF, ETN, ELW 제외) 상위 3위와 5위다. 이 기간 동안 S-OIL의 주가는 6만4000원, 금호석유는 2만9000원씩 껑충 뛰었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2021.02.08 lovus23@newspim.com |
국내 대표 정유·화학 관련 종목에 수급이 몰리는 데는 가파른 유가 상승세가 배경으로 꼽힌다. 뉴욕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6.85달러로 작년 1월22일 이후 최고치다. 지난 한 주 동안 4.65달러가 오른 셈. 작년 하반기만 해도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던 유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발적 감산 결정에 힘입어 최근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내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 근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는 여러 재료 중 하나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이다. 블루웨이브(상,하원 과반의석 차지)를 기반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대로 탈석유 정책을 발 빠르게 내놓고 있다.
우선 바이든 정부는 취임직후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을 중단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키스톤 XL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예상 운송 규모는 하루당 83만배럴(83만b/d)에 이른다. 따라서 이에 준하는 규모의 공급 차질이 예상된다. 황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공급 측면의 유가 상승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덧붙여 기존에 계측되었던 경제적 효과도 일부 후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공유지 내 신규 시추 허가를 금지시켰다. 신영증권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가장 많은 연방 공유지를 임대한 주는 와이오밍 주, 시추 허가를 가장 많이 취득한 주는 뉴멕시코 주다. 이들은 올 1월 기준 미국 월간 원유생산량의 6.9%, 56.9%를 차지하고 있어 공급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유가 상승은 수요 회복과 더불어 정유 및 화학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업계 상황이 더 악화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지난해 수요가 913만b/d 감소했는데 올해는 570만b/d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 백신 보급량에 따라 정제 마진은 우상향 가능하다고 본다"며 "본격적으로 코로나 백신에 따른 운송수요 개선 시점부터 실적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다만, 아직까지 정제마진의 회복이 더딘 만큼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한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쌓인 재고량이 상당한데다 여전히 항공유 부문의 매출 회복이 불투명하기 때문.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원유재고나 OECD 원유 및 석유화학제품 재고 수준은 평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향후 빠른 수요 회복이 나타날 경우 재고 레벨도 한층 더 내려올 수 있겠으나 최근 원유 수요 관련 지표들을 보면 그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원유재고량은 작년 4월에 크게 증가했던 글로벌 해상 원유 저장량은 2016~2017년 수준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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