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되면 회사에 민폐...집에서 쉬고 싶다"
"각 집마다 방문 시간 정해서 따로 인사드리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 직장인 이모(31) 씨는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회사에서 설 연휴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및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꼭 지켜달라는 공지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고향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자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되면 직장에 피해를 끼치게 되지만, 명절에 부모님을 찾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씨는 "현재로서는 짧게 인사만 드리는 방법밖에 없다"면서도 "얼굴만 뵙고 바로 돌아가기도 애매해서 답답하다"고 전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연장되면서 설 명절을 코 앞에 둔 시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향 방문 대신 집에서 쉬기로 한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가족들이 돌아가며 순서를 정해 방문하겠다는 이들까지 생겼다.
9일 한국철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설 연휴 승차권 예매 결과 전체 좌석 171만석 중 33만석이 판매됐다. 예매율은 19.6%로, 지난해 설 연휴 승차권 예매율 대비 36%, 지난 추석과 비교해도 85% 수준에 불과했다.
설 연휴 고속열차(SRT) 승차권은 총 15만3064석 중 9만7982석이 판매돼 예매율 64%로 나타났다. 지난해 설 연휴 예매율 75.1%에 비해 11.1%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고, 정부가 설 연휴 고향 방문과 여행 자제를 권고함에 따라 이동수요가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설 연휴를 사흘 앞둔 8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제수용품을 구매하고 있다. 2021.02.08 yooksa@newspim.com |
정부가 지난 6일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및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14일까지 연장하기로 발표한 이후 설 연휴 고향 방문을 포기한 시민들은 더욱 늘었다. 혹여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확진자와 접촉할 경우 건강은 물론 직장 및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명절마다 친척들이 집에 모였던 취업준비생 이모(31) 씨 가족은 이번 설 연휴에는 각자 집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어린 조카가 있어서 안전이 더 우려됐다"며 "평소 소통이 많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도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모(63) 씨도 가족들에게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 집 주변에 농장 노동자들이 많은 만큼 혹시 모를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우려해서다.
지난해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최모(27) 씨는 "이제 막 회사에 적응해가고 있는 상황인데 감염이라도 되면 회사 생활이 편하지 않을 것 같다"며 "다른 가족들이 내려가더라도 나는 집에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부득이하게 고향 방문을 강행하는 경우 친·인척들마다 방문 일시나 시간을 따로 정한 경우도 있었다. 한 가족이 고향을 방문한 뒤 집으로 돌아가면 다른 가족이 차례대로 고향을 방문해 5인 미만 기준을 충족하는 방식이다.
직장인 강모(27) 씨는 "점심은 시댁에, 저녁은 친정에 가기로 했다"며 "최대한 다른 친척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배분해서 밥만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이모(27) 씨는 "건강이 나빠진 할머니를 위해 가족들과 식사하는 자리는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친척들끼리 날짜와 순서를 정해 찾아뵈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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