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원전 건설하려면 원천기술 보유한 미국 협조 반드시 필요
산업부 공무원이 北원전 파일 삭제한 이유는 명확히 해명 못해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북한 원전건설 의혹제기에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법적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대응에 나서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려는 일이 실제로 추진된 일이 없다'는 사실과 미국도 모르게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야당의 공세에 역공으로나서며 정면충돌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2.01 nevermind@newspim.com |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며 "민생문제 해결을 두고 더 나은 정책으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정치가 되길 바란다"고 야당의 주장을 정치공세로 일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발 더 나아가 "정책공방은 있을 수 있는 얘기지만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은 선을 넘었다"며 "선을 넘은 정치공세이고 색깔론이고 국민을 혹세무민하는 터무니 없는 선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또 "이건 완전히 색깔론이다. 친북좌파로 몰아가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김종인 위원장에 대한 법적대응 방침과 관련해선 "검토 중"이라고 가능성을 놓지 않았다.
청와대의 이같은 자신감은 산업부의 해명과 맞닿아 있다.
산업부는 지난 31일 "해당 문서는 본문 4쪽, 참고자료 2쪽 등 총 6쪽 분량"이라며 "서문(序文)에 '동 보고서는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으며, 결문(結文)에서는 '북-미간 비핵화 조치 내용·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 한계가 있으며,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된 이후 추가검토 필요'라고 검토의 한계를 기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당시 전 부처에서 남북협력방안을 마련할 때였기 때문에 산업부 공무원이 실무적으로 보고서를 검토했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돼야 하고 국제협력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 진전이 어렵다고 봤다는 것이다.
결국 산업부 내부에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바 없고 청와대 등 상부에 보고된 적도 없는 문서라는 것이 청와대 측 주장이다. 이 때문에 "극비리에 추진" 등 야당의 주장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억측이라는 것.
이와 함께 미국 모르게 북한에 원전을 건설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부분도 청와대가 자신감을 갖는 근거다.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북·미 원자력 협력 협정' 체결과 미 의회의 승인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이 핵폐기를 완료하고 NPT에 복귀하더라도 '한국형 경수로'를 우리 정부의 독자적 결정만으로 북한에 건설해 줄 수 없다"며 "미국의 원천기술과 라이선스가 포함된 품목의 대북 이전에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데 미·북 원자력협력 협정이 체결되기 전에는 미국이 동의해 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미국의 원천기술로 건설된 원전을 비평화적 목적에 전용하지 않는다는 법적의무를 협정 형태로 수용해야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절차는 UAE에 원전을 건설할 때도 거친 것이고 어느 나라에 원전을 수출하든 필수적으로 거치는 법적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2018년 도보다리 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한 USB에 원전 관련 내용이 담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축하며 필요하다면 USB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밀서류로 등록돼 있어 공개가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본 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USB에 원전의 ㅇ자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의 자신감에도 야당의 공세가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특히 산자부 공무원이 북한 원전건설 관련 파일을 삭제한 이유를 청와대는 명확히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끼며 오해 살만한 것을 해당 직원이 지운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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