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유통서 '디지털'로 이동…인력구조 재편 속도
전문가 "디지털 채용 가속화, 보상체계 개편 중요"
[편집자] '야금(冶金)'은 돌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기술입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금융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첫단부터 끝단까지 주목받는 건 몸집이 큰 사안뿐입니다. 야금 기술자가 돌에서 금과 은을 추출하듯 뉴스의 홍수에 휩쓸려 잊혀질 수 있는 의미있는 사건·사고를 되짚어보는 [한국금융의 뒷얘기 야금야금] 코너를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선보였습니다.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이후 개선된 건 있는지 등 한국금융의 다사다난한 뒷얘기를 격주 금요일 만나보세요.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지난해 발발한 코로나19는 일상에 비대면 거래가 깊숙이 스며들게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은행권에도 나타났다. 은행들은 정신없이 영업의 무게중심을 점포에서 모바일로 옮겼다. 그렇게 약 1년. 은행들은 최근 디지털에 힘을 싣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본격적인 '디지털 전환'을 예고했다.
이에 맞춰 은행권에 인력구조 개편이 전보다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점포 영업에 맞춰진 인력구조로는 디지털 혁신을 꾀하기 쉽지 않아서다.
◆ 4차 산업혁명·코로나19로 DT 속도
사실 은행의 디지털 전환은 수년 전부터 수면 위에 오른 주제였다. 2017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이 큰 자극을 줬다. 이들은 전통 은행과 달리 점포 없이 비대면 영업만 할 수 있었지만, 고객 편의성을 내세워 빠른 속도로 국내 금융시장에 자리잡았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설립 2년 만에 흑자, 작년 6월 말까지 자산 24조4036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다.
정부도 4차 산업혁명 기치 아래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등 디지털 금융 확산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를 적극 정비했다. 금융권 빗장이 열리면서 핀테크,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이 가속화됐다. 특히 빅테크는 플랫폼에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은행에 위협적이었다. 은행들은 모바일뱅킹을 재정비하고 특화상품을 개발하는 등 제각각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냈다.
이후 작년 코로나19가 은행의 디지털 전환에 보다 불을 붙였다. 은행들은 작년 말 임원급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디지털 조직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만큼 디지털 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 점포, 인력 모두 감소세
이에 올해부터 은행의 인력구조 개편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은행은 그 동안 디지털화를 내세워 점포와 인력을 줄여왔다. 인력 감축의 한 방안인 희망퇴직의 경우, 최근 5년 새 정례화하다시피 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일반은행 점포 수는 2012년 말 5676개에서 2020년 상반기 말 4613개로, 임직원 수는 2013년 말 8만7746명에서 2020년 상반기 말 7만6447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특히 시중은행 5곳은 올해 희망퇴직 규모를 크게 늘리기도 했다.(작년 1742명→올해 2000명 이상 예상) "디지털화로 고객들이 점포에 방문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은행 업무가 늘었잖아요. 은행 인력 대부분이 영업점에 있는데, 은행원들을 거쳐야만 했던 업무들이 줄었으니 은행원도 과거보다 줄 수 밖에 없죠."(은행원 A씨)
이익을 감안해도 은행의 인력구조 개편은 불가피하다. 채널의 디지털화 뿐 아니라 백오피스(인사처럼 고객을 직접 상대하지 않는 부서)까지 회사의 체질을 바꾸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디지털 전환의 본질이어서다. 현재 주요은행 영업이익 경비율(CIR·판관비/영업이익)은 40~50% 수준이다. 은행들은 이를 30~40% 수준으로 내려야 디지털 금융 시대의 경쟁력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은행이 전과 같은 기울기로 수익을 늘리기 힘들어요. 이 상황에서 이익을 내려면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죠. 은행 비용은 인건비가 주를 이루는데, 은행은 호봉제여서 한 명도 안 뽑아도 매년 인건비가 늘어난단 말이예요. 이러니 희망퇴직을 받아서 고임금을 받는 인력을 줄이는 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땐 은행에 합리적이죠. 그 자리를 젊은 친구들로 대체하면 동일한 직무를 하되 인건비는 떨어지고요."(연구원 B씨)
◆ 디지털 채용 가속화, 보상체계 변화
대신 디지털 인력 확보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농협은행은 디지털 혁신기업의 선발·운영, 블록체인, 데이터 기반 개인화 마케팅 기획·추진 등의 부문에서 전문직을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냈다. 우리은행은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경력자를 찾고 있다. 하나은행처럼 전 임직원에 코딩 교육을 실시해 기존 직원을 디지털 인력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있다.
인력 채용과 감축 뿐 아니라 성과평가 및 임금체계, 경력관리 등 인력관리 체계 전반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능력에 기반해 보수를 차등화하는 식이다.
"인력을 유인부합적으로 만들어주는 적절한 평가 및 보상체계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한 경영과제다. 선진은행은 직원을 더 많이 채용함으로써 총 인건비는 늘어나지만 숙달된 전문 인력을 적극 활용해 높은 수익을 창충한다. 은행들은 제반 사정을 고려해 직무별 임금체계를 도입하거나 고용이 보장되는 직군과 그렇지 않은 직군을 각각 채용하고 관리하는 등 성과급제를 정교화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2020년 은행산업 전망과 과제', 한국금융연구원 이대기·김우진·권흥진)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