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뉴스핌] 이민 기자 = 경북 안동시는 병산서원 만대루, 도산서원 도산서당과 농운정사가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문화재들은 역사적 인물의 건축 관여, 유교문화의 건축적 표현, 건축이력이 기록물로 남아 있어 건축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지정예고 기간 각계 의견을 수렴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최종 지정한다.
병산서원 만대루[사진=안동시] 2020.11.11 lm8008@newspim.com |
'병산서원 만대루'는 조선 중기 대표 문신이자 학자인 류성룡과 류진을 모신 병산서원의 누각으로 유생들이 유식하고 주변 산천의 풍광을 보며 시회를 가졌던 공간이다.
정면 7칸, 측면 2칸의 압도적인 규모에 팔작지붕으로 전체가 개방돼 있는 등 다른 곳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외관을 갖고 있다.
비탈면에 자리한 병산서원의 강학공간과 제향공간을 외부로부터 막아주는 방어막 역할은 물론 병산서원 맞은편 강과 절벽이 이루는 승경을 서원 내부로 끌어들이는 시각적 효과도 담당한다.
자연의 경치를 그대로 두고 건축물 조정을 통해 그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려내는 전통적인 조경수법인 차경(借景)의 예를 잘 살린 누각으로 평가된다.
인공적 조작과 장식을 억제하고, 건축 기본에 충실한 성리학적 건축관을 잘 보여주는 우리나라 서원 누각의 대표작이자 병산서원 건축의 백미라고 보여진다.
도산서당[사진=안동시] 2020.11.11 lm8008@newspim.com |
'도산서원 도산서당'은 조선 성리학의 큰 학맥을 이룬 퇴계 이황이 말년의 10년을 보낸 곳으로 1561년(명종 16) 건립된 이후 철저한 보존관리 방침과 보수 절차에 의해 관리돼 46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원형이 잘 보존되고 있다.
퇴계의 건축관이 반영된 초기 형태의 서당으로 16세기 건축형식과 독자적인 특성을 잘 드러낸 서당건축의 초기적인 형태인 3칸 구성이지만 좌실우당(左室右堂)형의 보기 드문 평면이다.
최소한의 공간에 주칸(기둥과 기둥 사이)의 너비를 다르게 하거나 퇴칸(집채의 원래 칸살 밖에 붙여 딴 기둥을 세워 만든 칸살)을 활용하는 등의 변형을 통해 효용성을 높였다.
퇴계가 건축에 직접 참여해 건축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낸곳으로 문헌을 통해 건축 참여인물과 관련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서당건축 연구의 귀중한 자료이다.
현재 서당이 보물로 지정된 곳이 없어 도산서당의 문화재적 가치가 더 높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농운정사[사진=안동시] 2020.11.11 lm8008@newspim.com |
'도산서원 농운정사'는 도산서당에 인접해 제자들이 기거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퇴계 이황이 직접 설계한 건축물로 정면 4칸, 측면 3칸 규모의 민도리식(첨자나 익공 등의 공포부재를 사용하지 않고 출목도 없는 결구법) 맞배지붕으로 '공(工)'자형 평면이다.
일반적으로 공(工)자형 건물은 풍수지리 양택론에서 금기로 여겨왔기 때문에 기존 다른 서원 건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농운정사의 창호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설치해 높이와 크기를 조절해 서로 다르게 구성한 점은 실내에서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의도로 보여진다.
특히 조선의 학문세계나 정치활동에서 큰 활동을 한 영남 선비들이 젊은 시절 퇴계의 가르침을 직접 받으며 공부하던 산실로 농운정사에서 공부한 인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중 도산서원에 배향된 퇴계의 제자 조목을 비롯해 영남의 큰 학맥을 이룬 학봉 김성일, 임진왜란의 국난을 헤쳐나간 서애 유성룡 등이 이 곳을 거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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