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국 경제가 내년 상반기에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왔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경제가 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 대응과 삼성·LG·SK 등의 수출 호조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소속 2명의 애널리스트들도 "성장 전망은 아직 흐리지만 한국 경제는 효과적인 정책 대응과 유리한 수출 구조로 타국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두곳 모두 "한국 경제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는 희망적인 전망도 내놨다. 우리나라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9% 증가했다는 지난 27일의 한국은행 발표를 토대로 한 것이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반면 한국경제에 대한 내부의 평가는 다소 부정적이고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그런데도 자화자찬부터 하는 정부의 모습은 낯뜨겁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경제 정상화를 위한 회복 궤도에 진입했다"고 성급한 낙관론을 폈고,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팀이 수고 많이 했다"며 격려했다. 정부가 잘해서 이뤄낸 성과라는 공치사로 들린다.
3분기 성장률이 2분기 연속 하락에서 반등한 데다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것은 맞지만, 전분기의 -3.2%라는 저조했던 성장률의 기저효과라는 점에서 'V자' 반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1.3%의 역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15.6% 증가했고, 설비투자가 6.7% 늘어난 게 3분기 성장률을 떠받쳤다. 반면 전 분기 재난지원금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던 민간소비는 -0.1%로 뒷걸음질쳤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고,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4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져야 한다. 4분기에 1%대의 성장세를 유지해야 올해 성장률 전망치(-1.3%)도 달성할 수 있다. 3분기의 고성장률(?)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3분기 성장률을 떠받쳤던 수출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 유럽과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경제활동이 다시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데다 갈수록 골이 깊어지는 미중 간 갈등이 한국의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한다. 내수 회복을 위해 정부가 소비쿠폰 발행을 재개하는 등 관광 및 내수 지원에 나섰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외국으로부터 호평을 받는 코로나19 방역도 확진자 수가 두자리 수와 세자리 수를 오르내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할 경우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는 치명타를 맞게 된다.
한국경제의 체질이 갈수록 부실화되는 점이 문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잠재성장률이 앞서 추정한 2.5% 보다 더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1%대로의 추락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경제가 안으로 곪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일전에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39만 2000명이나 줄어 4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으로 떨어졌고,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었다. 취업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는 역대 최고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는 등 고용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정부는 10월에는 '한국판 뉴딜'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개념 조차 불명확한 한국판 뉴딜에 무슨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황당하다.
기업과 가계 등 민간부문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재정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징세 정책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감세가 필요한 때다. 한계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노동계를 설득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규제완화를 서둘러 중장기적 성장기반도 다져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기업 옥죄기에 여념이 없다. '공정경제 3법'이라고 내세우는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해 재계가 왜 '기업규제 3법'이라는 지 한번이라도 생각하고, 고민해 봤는 지 묻고 싶다. 기업이 적극 투자에 나서야, 고용이 늘어나고 생산과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래야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