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뒤 사과 받으러 찾아갔으나 또 범행…징역 5년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강간 피해자가 반드시 가해자를 두려워하거나 피해야만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의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A씨는 미성년자이던 지난 2018년 자신의 집에서 피해자인 친구 B양과 술을 마시다 그를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장기 2년 6월, 단기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후에도 반성하지 않고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또 다른 강간 및 강제추행, 상해 등 범죄를 저질러 성인이 된 이후인 지난 5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특히 A씨는 자신이 강간한 피해자가 다음날 사과를 받겠다며 집으로 찾아온 당시 같은 범행을 다시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피해자가 집에 찾아왔다는 등 이유를 들어 강간이 아니고 합의하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취지로 피해자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같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첫 번째 강간 피해를 당한 다음 날 다시 피고인의 집을 찾아갔다는 것이 특별히 부자연스럽거나 상식과 경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사정으로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행동이 이례적인 행태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범죄를 경험한 후 피해자가 보이는 반응과 선택하는 대응 방법은 천차만별"이라며 "강간 피해자가 반드시 가해자나 가해 현장을 무서워하며 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경우에 따라서는 가해자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거나 피하지 않고 가해자를 먼저 찾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이같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이 없다고 보고 A씨 측 상고를 기각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