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최근 금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금값이 고공 행진하고 있지만, 정작 실물 수요가 가장 강력한 금 최대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에서 수요가 위축되고 있어 금값 랠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서방에서는 여전히 골드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금은 아프리카 어디선가 캐낸 쓸모없는 금속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며 금 투자자들을 조롱하던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조차 올해 골드러시에 동참했다.
골드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2분기 버크셔 해서웨이는 세계 2위 금광업체인 배릭골드의 지분 5억65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이에 배릭골드의 주가는 4월 이후 37% 뛰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어소시에이츠도 지난 2분기 금 ETF에 3억16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같은 열기에 힘입어 2018년 여름에 온스당 1160달러까지 내려갔던 금값은 지난 8월 2073달러로 사상최고치를 찍었다. 이로써 금은 지구상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낸 금융자산 자리에 올랐다.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경제 쇼크 공포와 마이너스 채권 금리 영향으로 올해 금 ETF로 6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절반 이상 많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맞아 증시 냉각, 최저 금리, 경제성장 둔화 등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금이 떠오른 것이다. 일부 대형 투자자들은 경기 하강이나 각국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투입에 따른 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한 보호수단으로 금을 사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금의 전통적 본고장 인도와 중국에서 올해 금 수요는 매우 저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지 통화로 금값이 사상최고치를 찍자 팬데믹으로 쪼들리는 소비자들이 금을 내다팔거나 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요는 저조한데 수출은 제한돼 있는 중국에서는 금이 글로벌 시세보다 온스당 53달러 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은 소매시장을 금값 향방의 중요 신호로 간주하는 만큼, ETF를 중심으로 한 서방의 수요가 약화되면 금 랠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 바 있다. 2011년 9월 온스당 1920달러까지 올랐던 금값이 2013년 1200달러 수준까지 추락했다.
글로벌 금 수요에서 현재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10년 전의 8%에서 크게 늘었다. 하지만 ETF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는 9월 들어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자금 유출을 기록했다. 현재 금값은 8월 고점에서 9% 빠졌고, 금광업체들의 주가는 13% 하락했다.
금값 랠리가 갑자기 중단되면 세계 최대 투자자들 일부가 큰 타격을 받게 되고 대형 기술주 외 양호한 부문이 없는 세계증시에서 그나마 한 줄기 빛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팬데믹으로 불확실한 노동시장과 낮은 예금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 처한 소매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온라인 금 거래소 불리온볼트의 애드리안 애쉬 리서치 책임자는 "아시아 구매자들이 최저 가격을 형성하면서 ETF에 투자한 소매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저하시킬 수 있다"며 "세계 최대 소비국들에서 수요가 매우 저조한 만큼 최저 가격이 얼마나 떨어질 것인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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