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트럼프 연임 바라지 않아 바이든 행정부 대화 기대
상호 존중 원칙 지켜져야 중국 대국의 책임질 것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 "중국과 미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재, 한국에 최선의 선택은 없다. 한국이 중국 혹은 미국 일방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한국이 중립을 유지하면서 중미 양국이 서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중미 양국 관계가 심각하게 냉각됐지만, 아직 신냉전 구도가 형성됐다고 볼 수 없다. 경제적으로 중국과 미국은 여전히 밀접한 관계다".
"미국의 도발이 이어진다면 군사적 마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중국의 입장에선 트럼프의 연임을 바라지 않는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이 적어도 중국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중외인문교류연구센터(iGCU) 원장은 24일 온라인 강연으로 진행된 '제8회 뉴스핌 중국포럼'에서 미중 관계의 주요 이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이 같이 밝혔다.
자 소장은 '신냉전, 미중 관계의 현황 및 발전 전망'이라는 주제 아래 △ 코로나19와 미중 관계 △ 미중 관계 정말 냉전인가 △ 미중 관계의 미래 △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 △ 미중 관계 속 한국의 선택 등 다섯 가지 이슈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견해를 명료하게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중국의 노력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동시에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우려했다. 특히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중국의 공헌이 미국 등 일부 국가에 의해 부정되는 사태에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주장하는 미중 신냉전 시대 도래에 대해선 '기우'라는 견해를 밝혔다. 자 소장은 1970년 미소 냉전 시대와 현재 중미 관계를 비교하며, 현 상황을 냉전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치·안보 측면에서 미중 관계가 70년대 수준으로 후퇴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인적 문화 교류 측면에선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의적인 미중 관계 파괴 행위에도 문화적 교류가 여전히 밀접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11월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중국의 입장도 '솔직하게' 밝혔다. 자 소장은 중국의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이 반갑지 않다고 설명했다. 바이든이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을 중국이 바란다는 의미이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도 대중 강경책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막힌 중미 양국의 다양한 대화 채널이 재가동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자 소장은 미중 신냉전 구도에 대한 우려는 경계하면서도 미중 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의회의 타이베이법 통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대한 도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위협이 지속되면 예기치 못한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에 대한 중국의 역할도 언급했다. 자 교수는 중국의 국가적 이익에 따라 중국의 역할도 달라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트럼프 행정부처럼 중국을 적대적으로 취급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중국도 각종 위협 요인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글로벌화의 최대 수혜국인 중국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UN의 권위 수호, 다자주의와 국제기구의 역할 지지, 글로벌화가 초래한 도전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 '프리 라이딩'을 통해 성장한 중국이 앞으로는 국제 사회에 더 많은 책임을 지면서 자국의 이익을 실현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국제 사회에 상호 존중의 원칙이 지켜진다는 조건 하에 중국도 전 세계와 협력을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 악화와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 한국의 전략에 대한 조언도 제시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중국과 미국 모두로부터 선택을 강요받고 있지만, 한국의 이익을 위해선 어느 한 쪽을 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중립의 위치를 지켜나가면서 한국이 중미 갈등 해소와 양국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이 중미 양국 마찰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한국이 중국과 함께 RCEP 조속한 협정 체결을 추진에 나서고, 한중일 자유무역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자칭궈 iGCU 소장은 현 베이징대학 교수로, 베이징대 국제관계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11~13대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 정협외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중미관계 및 국제정치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석학이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