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감염병 보호 위한 백신 담합"…징역 5년 구형
대표 "반성하고 후회…제약사와 갑을관계 참작해달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국가조달 백신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벌이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W사 대표 함모(66) 씨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원심 판결은 피고인 범행에 비추어 지나치게 가볍다"며 "원심 구형과 같이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2020.08.24 pangbin@newspim.com |
이날 검찰은 "이 사건은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백신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벌이고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제약사의 창구역할을 한 핵심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피고인은 윤택한 생활을 했지만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전가됐다"며 "이 사건 규모만 봐도 입찰 방해는 낙찰가액만 3700억원, 횡령은 30억, 배임증재는 19억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함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6개월간 복역하면서 많은 반성을 했다"면서도 "입찰 구조를 볼 때 도매업체는 제조사로부터 '을'의 지위에 있고 이런 점을 양형에 참작해달라"고 했다.
함 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이번 일을 계기로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반성하고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며 "앞으로 성실하게 법을 준수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살겠다"고 선처를 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함 씨는 군부대와 보건소에 공급하는 국가조달 백신 납품사업을 입찰받는 과정에서 5000억원대 정부 입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다른 도매업체들과 담합해 나눠먹기식으로 응찰을 하거나 친인척 명의로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입찰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허위 급여를 지급해 회사 자금 30억원을 횡령하고, 제약사 임직원들에게 거래 이익 보장 등을 대가로 19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함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백신 입찰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은 지난 2007년부터 조달청을 통해 백신 제조사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제조사들 간 담합 사건이 발생하면서 제조사 대신 도매상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함 씨가 운영하는 도매업체도 제조사가 정한 업체로 입찰에 참여했다.
1심은 함 씨에 대한 입찰방해와 횡령, 배임증재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함 씨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났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 사건처럼 사회해악의 정도, 죄질, 비난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사건이 흔치 않아 형을 정함에 있어 고심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입찰방해 행위는 국가조달 백신사업의 공정을 해하는 것으로 죄질이 중하다"면서도 "백신 제조사들이 발급해주는 공급확약서를 통해 제약사에서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배급하고 조절하는 입찰방식으로 볼 때 피고인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함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은 10월 16일 오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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