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예방접종사업 입찰방해·회삿돈 횡령·배임증재 혐의 등
"범행 주도했다 보기 어려워"…징역 2년6월·집행유예 3년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국가조달 백신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벌이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4일 오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W사 대표 함모(66) 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03.23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피고인은 입찰방해와 횡령, 배임증재 공소사실에 대한 범행을 모두 인정해왔고 증거도 있어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면서도 "피고인 사건처럼 사회해악의 정도, 죄질, 비난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사건이 흔치 않아 형을 정함에 있어 고심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공소사실에 대한 개개의 양형사유를 들었다. 우선 재판부는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담합을 통해 이뤄진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입찰방해 행위는 국가조달 백신사업의 공정을 해하는 것으로 죄질이 중하다"면서도 "백신 제조사들이 발급해주는 공급확약서를 통해 제약사에서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배급하고 조절하는 입찰방식으로 볼 때 피고인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상 피고인의 가족회사 자금을 임의로 사용한 것이고 횡령 금액을 전액 변제해 피해 회복이 이뤄진 점, 배임증재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자수하고 일부 수재자의 적극적 요구로 금품을 제공한 점 등을 유리한 양형사유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면서 수사와 재판에 이르기까지 반성하고 자숙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구속 상태에서 부친과 모친이 모두 세상을 떠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점, 국민건강에 이바지해 표창장을 받은 점, 여러 사람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 건강이 좋지 못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끝으로 "관련 사건들도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과연 피고인에게 비난가능성과 형사책임을 모두 돌릴 수 있는지 고심하면서 내린 결론"이라며 "그동안 피고인의 삶에 비추어 선의를 믿어드리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앞서 검찰은 함 씨에게 "국가예방접종사업은 국고로 이뤄지는데 피고인의 입찰 방해 담합 규모는 4년에 걸쳐 3700억원에 달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함 씨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지은 죄 때문에 부모님 두 분이 돌아가실 때 옆에 있어 드리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며 "더 이상 저 때문에 가족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울먹였다.
검찰에 따르면 함 씨는 군부대와 보건소에 공급하는 국가조달 백신 납품사업을 입찰받는 과정에서 5000억원대 정부 입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다른 도매업체들과 담합해 나눠먹기식으로 응찰을 하거나 친인척 명의로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입찰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허위 급여를 지급해 회사 자금 30억원을 횡령하고, 제약사 임직원들에게 거래 이익 보장 등을 대가로 19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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