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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vs 금호산업 소송전 예고…이행보증금 분할로 끝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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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딜 무산, 금호산업 책임" vs 금호 "충분히 실사 협조"
양측 책임 있어…현산, 협상 중 침묵 vs 금호, 코로나 변수 반영?
한화 vs 산은 소송, 보증금 분할로 끝나…비슷한 결론 나올 수도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무산으로 소송전을 벌일 경우 250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나눠갖는 형태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양측은 계약파기 책임을 서로에게 묻고 있지만, 협상 과정을 보면 어느 한 쪽도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유사사례인 한화그룹과 산업은행의 소송전이 이행보증금 분할로 끝났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2 dlsgur9757@newspim.com

◆ HDC현산 "딜 무산, 금호산업 책임" vs 금호 "충분히 실사 협조"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산은 전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1일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해제를 일방적으로 통지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산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 때문"이라며 "우리 회사는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및 계약금 질권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통지에 대해 법적 차원에서 검토한 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산은 작년 계약체결 당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변수가 발생해, 아시아나 인수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차입금이 인수계약 기준이 되는 작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급증하고 당기순손실이 큰 폭 증가한 점 ▲매수인(현산)의 사전 동의 없이 올 들어 큰 규모의 추가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을 진행한 점 등을 문제삼았다.

하지만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재실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산은 매도인 측이 정보제공 의무를 소홀히해 계약이 무산됐다는 점을 소송 과정에서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호산업은 현산에 이미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고 재실사는 불필요했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현산은 계약체결 이후 7개월간 대규모 인수단을 파견했다"며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에 대한 중요한 영업·재무 정보를 모두 제공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산은 인수실사와 합병 후 통합(PMI) 작업을 진행했고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상의 부담을 감수하면서 필요한 모든 협조를 했다"며 "이는 국내 M&A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금호산업은 현산이 문제 삼은 선행조건 충족과 재점검 사항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 실적이 재무제표 대비 악화된 것이나 1조7000억원을 추가 차입한 것, 영구 전환사채(CB) 등의 이슈는 모두 이미 현산 최고경영진에 보고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손실 문제도 이미 정보를 제공했고, 계약서상 공개 목록에 포함해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합의한 사항이라고 금호산업은 반박했다.

◆ 양측 책임 있어…현산, 협상 중 침묵 vs 금호, 코로나 변수 반영?

다만 업계에서는 현산과 금호산업의 소송이 어느 한 쪽의 완전한 승소로 끝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계약과정을 보면 양쪽 모두 상대방에게 진정성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현산은 협상이 난항으로 이어지자 한동안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이 현산에 "만나서 얘기하자"는 요청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했지만 현산은 '묵묵부답'이었던 것. 이는 소송전에서 현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현산이 협상에 적극 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귀책사유가 더 크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산이 산업은행에 12주간 재실사를 요구한 행보를 놓고 "계약 파기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도 적지 않았다.

반면 금호산업은 코로나19라는 외부변수를 계약조건에 충분히 반영했느냐가 문제시될 수 있다.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만 아니었다면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현산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작년 11월 직접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당시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조속히 안정화시키고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항공사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결국 양측이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M&A의 경우 대체로 실사를 매우 세밀하게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 건은 코로나라는 천채지변 때문에 기존에 실사한 내용이 거의 의미없을 정도로 바뀌었다"며 "양측의 주식매매계약서(SPA)에 그에 대한 내용이 어떻게 서술돼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한화 vs 산은 소송, 보증금 분할로 끝나…비슷한 결론 나올 수도

과거 유사 사례였던 한화그룹과 산업은행의 소송 결과를 보면 현산과 금호산업이 보증금을 일정 비율로 분할하라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은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해 실시한 공개경쟁입찰에서 한화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했다. 한화그룹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6조3002억원에 사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이행보증금으로 인수가의 5%인 3150억원을 냈다.

그 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한화는 지분 분할매입 등 인수조건 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한화의 인수조건 변경 요구가 당초 MOU 내용과 다르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한화는 기한 내 매각대금을 내지 못했고, 산업은행에 미리 낸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후 한화는 산업은행을 상대로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을 진행했고 지난 2018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소송을 시작한 지 7년 만이다.

당시 서울고법 민사16부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해지에 따른 이행보증금을 일부 돌려줘라"며 "산업은행 등은 한화케미칼에 1260억여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그 결과 한화는 이행보증금 3150억원의 약 절반을 돌려받았다. 앞선 1, 2심에서는 산업은행이 이겼지만 결과가 뒤집한 것.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7년 7월 "한화는 막대한 이행보증금을 내고도 최종 계약 전에 확인 실사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취당하는 건 부당하다"며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산과 금호산업의 소송에서도 양측 다 귀책사유가 있다는 점이 인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 경우 보증금을 몇 대 몇으로 분할하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이행보증금 액수가 커서 어느 한 쪽이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며 "법원에서 조정을 유도할 경우 양측이 적정선에서 나눠 갖는 방향으로 정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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