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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피해자 사망 예견했다면 살인 미필적 고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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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살해 목적 있어야 살인 고의 인정되는 것 아냐"
"공동가공 의사·기능적 행위지배 있다면 공동정범 성립"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살인 또는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해도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한 것만으로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석모 씨와 김모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들에게 징역 20년과 징역 18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2020.9.2 cosmosjh88@naver.com

대법은 살인의 고의에 대해 반드시 살해 목적이나 계획적 살해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하급심 판단을 인정했다.

피고인이 자기 행위로 인해 타인의 사망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이나 위험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는 것만으로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동정범 성립에 관해 주관적인 요건인 공동가공(범죄가 되는 일을 거드는 것)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인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 실행 사실이 있다면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부동산 소개 업무를 하던 석 씨는 내연관계에 있는 여성을 통해 모 아파트의 동대표로 있던 피해자를 소개받았다. 석 씨의 내연녀는 피해자에게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늘렸다"며 환심을 샀다.

석 씨는 피해자로부터 총 11억6500만원을 투자받아 토지·임야 등 부동산을 산 후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

이후 피해자는 이들이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이 실거래가보다 부풀려진 것을 알게 됐고, 자신의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독촉하기에 이르렀다.

다툼이 계속되자 석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 씨를 범행에 끌어들여 교통사고를 가장해 피해자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버리자고 모의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점을 공유했다. 김 씨는 계획한 대로 범행에 옮겼고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석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은 피해자를 미행하려고 했을 뿐 범행을 실행할 의사가 없었다"며 "김 씨를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했고, 몇 차례 미행을 함께한 적은 있지만 살인미수죄의 예비 음모 또는 방조범에 해당할지언정 살인미수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부인했다.

1심은 석 씨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고, 범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해 행위지배를 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김 씨에겐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2심은 피고인들의 죄명을 살인으로 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했지만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1심과 같은 실형을 선고했다. 피해자는 재판이 진행되던 중 저혈압성 쇼크로 사망했다.

대법 역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이들의 형을 그대로 확정했다.

kintakunte8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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