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재무부가 베트남이 지난해 의도적으로 미국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베트남 동화) 가치를 평가절하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을 상무부에서 보조금의 형태로 인식할 경우 미국은 베트남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 빈푹성의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0.02.12 [사진=로이터 뉴스핌] |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베트남이 지난 2019년에 달러 대비 동 가치를 4.7% 절하했다고 판단, 이를 상무부에 전달했다.
미 재무부는 상무부의 수입산 자동차 타이어 보조금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상무부는 지난 6월 한국과 베트남, 태국, 대만 수입 자동차 타이어에 대한 불공정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는데, 이에 대해 미국 재무부는 베트남 정부의 환율에 대한 관여 행위(외환시장 개입)가 통화가치 평가절하에 일부 영향을 끼쳤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재무부는 상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베트남이 중앙은행(SBV) 등을 통해 지난해 미국 달러화를 220억달러를 매입했는데, 이것이 베트남의 실질실효환율을 3.5%~4.8%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이에 지난해 달러 대비 베트남 동화의 명목 환율은 2만3224동으로, 균형실질환율 수준 보다 약 1090동 낮았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 4월 고의적인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불법 보조금의 한 형태로 간주하고, 이에 대해서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법규를 마련하고 나온 첫 고의적인 통화가치 평가절하 판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베트남산 수입품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만일 미국이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한다면 그 범위는 한정적일 것이라며, 베트남산 승용차와 경트럭 타이어에 대해서만 관세를 매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지난해 수입한 베트남산 타이어는 4억7000만달러로, 그 해 전체 베트남산 수입의 불과 약 1%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평가로 베트남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타이어 수출 보조금으로 혜택을 누렸다는 것은 다른 상품들도 보조금을 지급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폭넓은 조사가 진행된다면 현재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인 베트남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아직까지는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에 못 미치고 있고, 통상적으로 조작국 지정 전에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베트남 측과 개선 방향을 논의 후에 이뤄져야 해 당장은 그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미 재무부는 베트남을 비롯해 한국, 중국,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스위스 등 10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는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에 지연되고 있다. 보고서는 매년 4월과 10월에 주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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