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제조업 공급망을 중국으로부터 탈출시키는 데 5년 간 1조달러(약 1179조5000억원)가 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이러한 공급망 이전이 기업들의 자발적 의지로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상하이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근로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2020.03.09 [사진=로이터 뉴스핌] |
1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수십년에 걸쳐 중국 중심으로 형성된 공급망을 역전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향후 5년 간 중국 소비용이 아닌 수출 관련 제조업 공급망을 중국으로부터 탈출시키는 데 1조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자기자본이익률은 70bp(1bp=0.01%포인트), 잉여현금흐름 마진은 110bp 각각 하락하며 큰 부정적 여파를 미치겠지만, 공급망 재배치를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의 피해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망 재배치에 따른 영업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기업 경영자들뿐 아니라 정부 정책결정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 자동화 등이 가속화되고 세금 감면과 저리 대출, 보조금 등의 혜택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팬데믹 이전에도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을 중국에서 탈피해 현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무역 분쟁, 국가안보 우려, 기후변화, 자동화 발전 등 현대식 공장 시스템을 위협하는 일련의 요인들이 심화된 영향이다.
이 가운데 팬데믹으로 글로벌 기업의 80%가 공급망 붕괴를 겪으면서 본국 회귀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인 캔디스 브라우닝은 "팬데믹이 이러한 변화에 촉매제로 작용하고는 있지만 근본적 원인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주와 소비자, 직원, 국가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공급망 현지화를 더 선호하는 추세라는 뜻이다.
각각의 이해관계자는 공급망 재배치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공급망을 국경 내에 형성해야 한다는 결론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고 브라우닝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이후 시대 공급망의 본국 회귀 및 현지화가 가장 지배적인 구조 변화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러한 변화로 건설 엔지니어링과 기계, 공장 자동화, 로봇, 전기 및 전자기기 제조, 응용 소프트웨어 등 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북미와 유럽, 남아시아 은행들이 공급망 복귀에 따른 경제활동 증가로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공급망 현지화가 경제적으로 이점이 있지만, 이는 무역 장벽이나 세금 정책 등으로 강제되는 것이 아닌 효율성과 수익성을 고려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내린 결정이어야만 긍정적 추세가 될 수 있다고 폴 도노반 UBS글로벌자산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관세는 미국 기업들의 수익마진 감소로 부담한 셈이라며, 이러한 강제적 방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자동화, 디지털화, 로봇 기술 등이 인력 비용 증가를 상쇄할 수 있다는 자체적 판단 하에 자발적으로 공급망을 재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노반은 "자발적 현지화는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폐해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세금 등에 의한 강제적 재배치는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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