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의존도 한 자리수로 떨어져...소재부품은 이전보다 늘어
추가 리스크 점검 계속해야...소부장 정책보완 필요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한국경제의 대일(對日) 수입의존도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소재부품의 수입비중은 규제 이전보다 늘었다.
일본은 지난해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꿨다. 이후 8월에는 수출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대일 수입비중. [자료=대한상의] 2020.07.26 sjh@newspim.com |
◆ 대일 수입비중 감소...소재부품은 소폭 늘어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일본 수출규제 1년 산업계 영향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산업의 대일 수입비중은 수출규제 전보다 감소하면서 지난해 대일 수입비중이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한자리 수로 떨어졌다. 다만 소재부품의 수입비중은 일본 수출규제 시행 이전보다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분기별 전체 대일 수입비중은 9.8%(2019년 1분기) → 9.5%(2분기) → 9.5%(3분기) → 9.0%(4분기) 하향곡선을 그렸다. 이 가운데 소재부품의 대일 수입비중은 15.7%(2019년 1분기) → 15.2%(2분기) → 16.3%(3분기) → 16.0%(4분기)로 작년 7월 수출규제 이후에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줄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총수입액(5033억4000만 달러)에서 대일 수입액(475억8000만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이 9.5%로 수출입 통계가 집계된 1965년 이후 처음으로 대일 수입비중이 한 자리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규제 '피해 없었다' 84% vs. '있었다' 16%
일본 수출규제 이후 대일 의존도가 하락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직접적인 영향에서 빗겨갔다.
최근(6월15~30일) 대한상의와 코트라가 공동으로 일본과 거래하는 기업 302개사(회수기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84%가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피해가 없었다'고 답했다.
'피해 있었다'는 응답은 16%에 그쳤는데, 구체적인 피해 내용으로 '거래시간 증가'(57%)가 가장 많았다. 다음은 '거래규모 축소'(32%), '거래단절'(9%) 등 순이다. 일본 수출규제가 기업 경쟁력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91%가 '큰 영향 없었다'고 답했다.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정책으로는 '규제개선'(38%), '연구개발 지원'(22%), '공급망 안정화'(19%), '대중소 상생협력'(14%), '해외 인수합병 및 기술도입 지원'(6%)을 차례로 꼽았다.
인수합병(M&A)이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카드로 주목 받고 있으나, 현재 시점에서 구체적인 M&A를 실행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기업의 3%만이 '기업을 인수하거나 인수하려고 시도했다'고 답해 M&A 활성화를 위한 지원정책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수출규제 '추가 리스크 점검' 계속돼야
대한상의는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산업계 피해가 제한적일지라도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한일 갈등의 불씨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동시에 일본과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로서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은 지속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수출규제 직후에 일본기업의 한국 내 투자가 늘었으며 일본 내 연구소와 언론 등을 중심으로 한국과의 비즈니스 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 내재화 등 소부장 대책이 실질적 성과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존 정책을 점검하고 보완할 것도 주문했다. 구체적인 보완과제로 ▲R&D에 대한 정부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M&A지원정책을 강화하고 ▲실증테스트 인프라 확충을 통해 개발제품이 최종 수요로 이어지게 하며 ▲소부장 정책을 글로벌 밸류 체인(GVC) 재편과 연계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구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작년 일본 수출규제는 우리 산업계의 약한 고리를 찌른 것인데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면서 "지난 1년간을 되돌아볼 때 단기성과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점검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내실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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