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가수 양준일이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 스태프를 '중고차'에 빗대 말한 말실수의 여파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슈가맨'으로 뒤늦게 불붙은 '양준일 열풍'의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양준일의 유튜브 채널 '재부팅 양준일'은 10일 입장문을 내고 생방송 중 부적절한 발언을 사과했다. 하지만 여론은 돌아서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 3월부터 온라인상에 퍼진 이혼·재혼 루머가 다시 회자되며 양준일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표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가수 양준일이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양준일 팬미팅 – 선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준일은 1991년 데뷔해 히트곡 '가나다라마바사', 'Dance with me 아가씨', '리베카' 등의 히트곡을 남겼지만 1992년 2집 이후 돌연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를 통해 '탑골GD'라는 별명을 얻었고,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를 통해 화제를 모았다. 2019.12.31 mironj19@newspim.com |
◆ 경솔했던 성희롱 발언…양준일 측 "오해 소지 인지, 진심으로 사과"
양준일은 지난 3일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경솔한 발언으로 네티즌들의 지적을 받았다. 당시 한 여성 스태프를 향해 "피비(제작진 별명)는 남친이 있느냐. 성격 급한 남자 얼른 채팅을 달라. 가릴 처지가 아니란다"라며 "성격 급한 남자 얼른 채팅을 달라. 새차를 중고차 가격에 사실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 방송을 시청한 팬들은 물론이고, 다수의 네티즌들이 이를 문제삼았다.
이후 일주일여가 지난 후에야 양준일 측은 채널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재부팅 양준일' 제작진은 "기존 녹화와 다르게 라이브용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만 진행하다 보니 평소보다 다른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 과정에서 많은 분이 보고 계신 자리에 적합하지 않은 대화가 라이브를 통해 송출됐다"면서 해명했다.
또 "이후 해당 발언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글을 바로 게시하지 않은 이유는 일반인인 제작진이, 사건이 확대되어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별도의 게시글을 올리지 않았다"며 "저희 제작진은 이번 일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사전 준비가 미흡했던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양준일이 발언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사과를 했지만 후폭풍이 잦아들지는 않았다. 일부에서는 뒤늦은 사과 시점과 함께, 제작진을 '일반인'으로 칭한 것을 지적하며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다수의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느꼈음에도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것. 양준일이 지난 1991년 데뷔 이후 약 20년 만에 열풍이 주인공이 된 후, 특권 아닌 특권의식에 사로잡혔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JTBC 슈가맨3] 2020.06.11 jyyang@newspim.com |
◆ '탑골가요' '슈가맨'이 불러온 핫 아이콘…'양준일 열풍' 저무나
지난해 JTBC '슈가맨3'에 출연하며 단숨에 핫 아이콘이 된 양준일은 유튜브의 '탑골가요' 채널 등 복고 열풍이 불러온 늦깎이 스타다. 방송 출연 이전부터 약 20년 전 시대가 알아보지 못한 비운의 천재로 불리며 그의 음악과 스타일링 등이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방송 이후 제대로 잭팟이 터졌다. 열광적인 대중의 반응에 양준일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가수 활동을 재개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양준일은 공연과 방송은 물론, 책도 출간했다. 지난해 말 열렸던 첫 단독 팬미팅에서는 많은 팬들이 모여 그의 음악과 새출발을 응원했다. 지난 2월 발간된 '양준일 Maybe 너와 나의 암호말' 출판 간담회 당시에도,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을 때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뜨거운 화제가 됐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양준일은 보기 드문 중년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MBC 라디오스타] 2020.06.11 jyyang@newspim.com |
하지만 유명세가 독이 된걸까. 지난 3월부터는 유튜브 댓글창을 통해 그의 이혼, 재혼 루머가 제기되며 안타까움을 샀다. 이와 관련해 침묵하던 양준일은 결국 지난 9일 "사실 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올 봄에 팬의 제보로 댓글을 확인했다. 고소를 하려 했으나 댓글이 삭제돼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양준일 열풍' 약 반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양준일은 '탑골GD'라는 이름으로, 대중이 다시 불러낸 스타였다. '양준일 열풍'은 실재했지만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일 지, 알 수 없다. 양준일은 한 방송에서 직접 "팬들이 저를 지키는 한 아무것도 필요 없다. 팬들이 날 지키지 않으면 기획사도 날 못 지킨다"라고 말했다. 대중이 그를 이 자리에 불러냈듯, 그를 돌려보낼 수 있는 것도 팬들, 곧 대중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악성 루머와는 별개로, 이번 성희롱 논란이 뼈아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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