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유럽의 코로나19(COVID-19) 확산 기점이 됐던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피해가 극심했던 북부의 한 마을이 집단 면역 형성에 근접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부 롬바르디아주(州) 베르가모에서 이탈리아 보건 당국이 지난 4월 23일부터 6월 3일까지 주민 약 2만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약 57%가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州) 베르가모의 지역 신문 '에코 디 베르가모'(L'Eco di Bergamo)는 지난 5월 수십 페이지의 지면을 할애해 부고 기사를 실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집단 면역은 전체 인구의 최소 60~65%가 항체를 보유하게 됐을 때 형성됐다고 간주된다. 집단 면역이 형성되면 항체를 가진 인구가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벽 역할을 해 추가 확산을 막고 취약한 인구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코로나19 집단 면역에 근접한 곳은 베르가모뿐이다. 도시 기준으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극심한 미국 뉴욕의 항체 보유율은 25%에 그치며, 영국 런던도 17%에 불과하다. 애초부터 집단 면역 전략을 내세웠던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도 7%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베르가모의 집단 면역은 1만6000명이 넘는 사망자라는 대가를 치르고 얻어진 것이다. 이는 이탈리아 전체 누적 사망자인 3만4000명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3월 말 기준 베르가모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일일 평균 50명이 넘었고, 이탈리아 통계청(ISTAT)은 3월 베르가모 사망자 수가 전년비 56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베르가모 지역 신문 '에코 디 베르가모'(L'Eco di Bergamo)는 지난 5월 부고 기사를 싣기 위해 수십 페이지의 지면을 할애하기도 했다. 마을 묘지와 화장장에서 급증하는 사망자를 수용할 수 없게 되자 군용 트럭으로 시신을 다른 도시로 옮겨 매장하기도 했다.
현재 롬바르디아주의 신규 확진자는 여전히 매주 수백명에 달하지만, 정점 시기와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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