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지면서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 20여일이 지났다. 이태원 클럽, 코인 노래방 등 여러 곳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연장은 조용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이달 초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해당 업소와 주변 클럽에서는 200명이 넘는 집단 감염 사례가 나왔다. 사태 초기 종교집단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방문하는 장소는 집단 감염의 위험이 큰 편이다. 문화, 체육시설도 예외는 아니다. 사태 초기부터 공연이 줄줄이 중단되고, 시설이 문을 닫은 이유였다. 최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종료되면서 다수의 공연이 재개됐다. 다행히 아직까지 집단 감염은 없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세종문화회관에서 30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예방을 위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2020.01.30 jyyang@newspim.com |
◆ 확진자 나와도 '2차 전파' 없었다…공연장 특수성 때문?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전국의 국·공립 박물관과 문화시설은 극장 문을 걸어닫았다. 민간 공연장도 대부분 동참했지만 대학로 등 공연을 강행한 시설도 적지 않았다. 몇 차례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월 연극 '셜록 홈즈'는 관객 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극장을 폐쇄, 방역하고 며칠간 공연을 중단했다. 4월 1일에는 대극장 가운데 최초로 '오페라의 유령' 앙상블 배우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2주간 공연이 중단됐다.
그럼에도 다른 관객에게로 전파되거나, 집단감염 사례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엔 출연자가 확진되면서 해당일로부터 2주 전까지 관람객들에게 증상이 있을 경우 자진 신고와 검사를 권유했지만 추가 감염은 없었다. 주최측은 당시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가 2M 이상, 관객들과 출연진의 동선 분리, 관객 입장 시 체온 측정 및 방역 등 수칙을 철저히 지켜왔다"고 알렸다.
공연을 관람하는 환경이 일반적인 집합시설과는 다른 환경인 점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한 공연장 관계자는 "안내원들이 모두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고, 마스크와 위생장갑도 착용한다. 특히 관람객들은 공연시간 내내 서로 마주보거나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라 한 방향으로 앉아 무대만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런 영향이 있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에스엔코] 2020.03.25 jyyang@newspim.com |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다수의 공연이 중단 사태를 맞은 이후,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 '띄어 앉기'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공연장도 다수다. 정동극장은 뮤지컬 '아랑가'의 좌석을 1칸씩 띄어 배치하고 적정 인원의 절반 정도만 입장하는 수준에서 티켓 판매를 진행했다. 육군 뮤지컬 '귀환'도 마찬가지다. 예술의전당에서도 '객석 모의운영'을 통해 극장 안에서도 거리두기를 실시할 수 있게 안내할 방침을 세웠다.
◆ 여러 단계 거쳐 꼼꼼한 방역…"확진자 나오면 끝이란 각오로"
특히 다수 종교시설, 클럽 등 집단감염이 발생한 집합시설에서 마스크 미착용이 코로나19 전파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공연장에서는 입장시부터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하고, 공연장 관리자와 객석 안내 직원들이 수시로 안내한다. "주변 관객들의 불편함을 방지하기 위해 공연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멘트는 대부분 극장에서 사전 안내방송에도 추가됐다.
대학로 다수의 소극장들은 물론, 샤롯데씨어터, 블루스퀘어 등 대극장에서도 의무적으로 관객들의 개인정보를 담은 문진표 작성도 요청하고 있다. 최근 이태원 클럽에서 허위 작성 사례나 사후 연락이 안되는 문제가 있었기에 공연이 끝난 후에도 문진표들은 일정기간 보관된다. 이를 위해 공연의 티켓을 구매할 때부터, 예매 사이트를 통해 개인정보를 담은 문진표 작성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동의해 줄 것을 사전안내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예술의전당] 2020.03.03 jyyang@newspim.com |
앞서 한 차례 언급했듯, 출연자와 관람객의 동선 분리도 기존보다 한층 강화됐다. 한 공연 주최사 관계자는 "공연 전후로 관객과 배우, 스태프들이 마주칠 계기를 전면 차단했다. 평소에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던 '퇴근길' 문화도 일괄적으로 중지하라고 요청했다. 관객들과 동선을 완전히 분리하고, 공연을 이어가는 배우들의 경우 지인이 찾아와도 대기실에 출입할 수 없다. 무사히 공연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드라큘라'의 경우, 지난 4월 1일부터 19일까지 공연 중단 사태를 맞은 동안 배우들은 거의 자체 자가격리에 준할 정도로 철저히 개인생활을 관리했다는 전언이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어디서 어떻게 확진자와 접촉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관리했다. 지금도 회사 스태프들조차 대기실엔 출입 금지"라고 엄격한 공연장 방역 실태를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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