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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부모님에게 사랑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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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 친구의 어머니가 갑작스레 병원에서 세상을 떠나셨다. 통원 치료를 받고 계셨던 친구 어머니는 병원에서 투석 치료를 받으시다가 심정지가 와서 돌아가셨다.

친구는 이날 아침까지도 평소처럼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고 출근 했었고, 오후쯤 들려온 갑작스런 비보에 슬픔을 감출 수가 없었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어머니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아무리 준비를 해도 준비가 되지 않을거다. 아무리 효자·효녀라도 "더 잘해드릴걸" 후회는 분명 남을 테니까.

아날로그 감성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바로 옆에 계셨는데 "사랑해"라는 말이 쑥스러워서 수화기를 들고 사랑한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5.08 kh10890@newspim.com

장례식과 발인을 마치고 친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자 친구는 "엄마 사랑해"라고 살아생전 낯부끄러워서 한번도 못한 것이 후회된다며 "부모님께 잘해라. 표현도 많이 해드려"라고 했다.

이날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에게 "엄마, 아빠 아프지말고 건강해야돼. 사랑해"라고 했다. 해본적이 없어서, 쑥스러워서, 말 안해도 알 테니까. 나중에 더 나이 들면 해야지 이런 생각으로 미뤄왔었다.

"사랑해"라고 말하니 부끄러우면서도 이걸 왜 이제야 말을 꺼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동안 미뤄왔던 내 마음을 사랑하는 이들. 고마웠던 이들. 미안했던 이들에게 표현해보기로 했다.

◆ 21개월 동고동락 전우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전우들에게 고맙다고 했더니 보인 반응. 흔한 남자들의 대화다. 그 중 한명은 체험기 때문이냐고 바로 눈치챘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5.08 kh10890@newspim.com

21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군대에 갔다. 빡빡 민 머리. 집단 생활. 다나까 말투까지 모든게 낯설었다. 군대를 서울에서 의경으로 보냈던 나는 '기동대'에서 시위를 막는게 주요 업무였다. 체력도 약했고, 의지는 더더욱 약했다. 특히나 몸싸움이 발생하는 시위를 막다보면 징병제로 젊은 나이에 2년이란 세월을 보내는 것도 서러운데 내 몸이 다칠까봐 시위 막는 업무가 제일 싫었었다. 특히나 시위대들의 내용에 공감이라도 가는 시위를 막을때면 "우리들이 비켜드릴 테니 열심히 항의 하시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다. 감정에 앞서 공과사를 구분 못하던 시절이었다. 이런 내 속마음을 들어줬던 사람들이 '전우'들이었다.

때 묻지 않고 순수했던 그 시절. 우리 모두 "좋은 어른이 되자"고 다짐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내가 좋은 어른일까? 라는 물음에 쉽게 답은 못하겠지만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잊지 않고 있다. 나 자신과의 약속 이전에 함께 했던 다짐을 지키기 위해서다. 전우들에게는 언젠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었기에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고맙다. 즐거운 하루 보내라"고 했다. 군대 전역한지 6년만에 처음이었다. 표현해본건. 바로 답변이 왔다. "또 이걸로 기사 쓰려고?" 다들 좋으면서 남자들끼리라 표현은 쑥스러워서 그런 것 같다(자의적 해석).

나이는 많았지만 후임이었던 형에게 전역 후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부족한 나를 잘 챙겨줘서 고맙다고 했더니 저런 반응이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5.08 kh10890@newspim.com

고마운 마음은 아무리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보려고 스마트폰 연락처를 살펴보다가 '다른 회사 선배'가 생각났다. 대학생 시절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기자'의 꿈을 갖게 해준 선배였다. 선배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기자라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과 다른 내용의 기사를 써서 누군가 피해를 입더라도 사과하지 않는 집단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다 선배를 만났다. 언론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취재의 방향성, 기사 작성법까지 많이 알려줬다. 기자가 된 후 연락해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기회를 놓쳤었다. 그러다 우연히 광주를 떠나 서울로 이사 간다며 마지막 식사 한번 하자던 취재원이 선배도 불렀다. 맨 정신에 이야기 하는게 부끄러워서 술 한잔 걸치고 말했다. "선배 덕분에 기자를 꿈꿨고 기자가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날도 선배는 많은 것을 알려줬다. 멋있는 선배였다.

◆ 친구들에게 "사랑해"라고 했더니…"미친거야?"

친구 반응을 블러 처리를 해야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친구의 반응이 재밌어서 모처럼 웃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5.08 kh10890@newspim.com

친구들 차례였다. 초등학교부터 20여년의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가 생각났다. 배고프면 친구 집에서 먹고 자고, 서로 집 비밀번호까지 알았다. 당연히 집에 있에 있겠거니 하고 비밀번호를 눌렀다가 친구 부모님만 계셔서 당황한적도 여러 번 있었다. 대학생 시절에는 전혀 도움 안되는 연애 상담도 하고, "그냥 떠나자"하고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하기도 했었다. '여행', '봉사', '대외활동' 등 하고 싶었던게 많았던 나는 휴학도 많이 했다. 거기다 기자가 되고 싶어서 중간에 편입까지 했으니 또래에 비해서 졸업이 많이 늦은 편이었다. 그 사이 친구는 졸업을 했고, 취직도 빨리 했다. 타지역으로 취직하는 바람에 바빠서 못본지도 오래됐다.

오랜만에 전화해서 대뜸 "사랑해"라고 했다. "뭔일인데. 징그럽게" 그러면서도 "나도 사랑해. 그래서 진짜 무슨 일 있어? 왜그러냐"고 말했다. 욕부터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기도 사랑한다는 오그라드는 답변에 나도 모르게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은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친구는 "내가 방황할 때 너가 잡아줬잖냐. 나야말로 고맙다"며 20년만에 처음으로 마음 속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분이 묘했다. 오그라드는 것은 잠깐이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게 처음이라 다른 친구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전화를 안받은 친구는 메시지로 남겼다.

힘들다고 하면 늘 달려와준 친구가 생각났다. 야근하고 있어서 전화를 못받는다는 친구에게 "사랑해" 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바로 답장이 왔다. "미친거야?" 라고 하길래 "사랑한다는데 왜"라고 했더니 "왜 미친거냐"고 했다. 이 친구는 부끄러워서 그런거다. 말 안해도 안다.

친구에게 사랑한다고 했다. 블러 처리한 부분은 여자친구 이름이다. 자기도 사랑한다며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자신에게 오라고 했다. 위험한 친구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5.08 kh10890@newspim.com

다른 친구에게도 "사랑해" 메시지를 남겨봤다. 바로 답장이 왔다.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나한테 와"라고 하더니 이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거 체험기 쓰려고 하는거지? 나는 다 안다" 눈치가 빨랐다. 이렇게 말해야 자기를 주제로 기사 안쓸 것 같아서 그랬단다. 잠시 당황했지만 "체험기를 떠나서 진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했다. 20대의 마지막 년도를 보내는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도 괜찮지 않냐며. 고맙다는 이야기부터 먼저 했다. "너랑나랑 안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시간 참 빠르다고. 살면서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함께 해줘서 고마웠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했다. 친구도 피식 웃더니 "그래. 진짜 목적이 기사냐. 돈이냐. 이야기 해라"고 했다. 서로 피식했다. 갑자기 사랑한다고 했을 때 "이 XX 또 시작이네"라고 생각했단다. 오랜만에 소리내서 웃었다.

◆ 가슴 깊숙한 곳 불편했던 내 마음. 몇 년 만에 미안하다고 했다.

잠정 중단하기 전 회원들과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기억의 계단' 프로젝트다. 기억해야 할 것들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진행했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5.08 kh10890@newspim.com

어쩌면 미안했던 이들이 제일 많았다. 동아리 회원들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대학생때 만났다. 군대에서 다짐했던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전역 후 봉사동아리를 직접 만들었다. 4년 가까이 활동했다.

의욕이 넘쳐서 뭐든 해보자 하고 회원들을 많이 모았다. 많을 때는 60명도 넘게 있었다. 하지만 뭘 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체계가 없다며 내부분열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회원들이 나가고 20여 명의 회원만 남았었다. 외부적으로도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려고 한 적도 많았다. 이럴 때마다 붙잡아 준 것도 회원들이었다. 지금까지 잘 해오지 않았냐. 조금만 더 해보자고 했다. 이 말에 힘이 났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미래가 불확실한 나이였기에 취업을 위해서 잠시만 활동을 중단하고 서로 자리를 잡으면 그때 활동을 하자고 했었다. 다들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론 그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잠정 중단을 했지만 그게 벌써 2년이 넘었다. 마음에 계속 걸렸었다.

좋은 일 해보려고 했던 친구들인데 내 취업 때문에 활동을 못했던게 미안했다.

오랜만에 회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전 회장 무슨일이야. 잘 지냈고?" 몇 년 만의 전화였는데 내 안부 먼저 묻는 친구였다. "우리 20대 초중반에 했던 봉사활동들 참 재밌었는데 돌연 활동을 중단하자고 했던게 마음에 걸려서 전화했어. 미안했다"고 했다. "아이~ 뭘 그런걸 가지고 미안해. 지금보다 더 사회적으로 성공했을 때 그때 다시 활동하면 되는거고. 그래도 목소리 들으니 좋다"고 했다. 가슴 깊숙한 곳 어느 한켠에 자리 잡았던 불편했던 내 마음이 한결 편해진 기분이었다.

어머니가 다음달 수술을 하신다고 했다. 수술비가 몇백만원 나온다고 하시길래 어버이날 깜짝 선물로 수술비를 드렸다. 아들 덕분에 이런 호강을 누린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그러곤 친구들에게 자랑하셨다. 어머니는 돈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고마워서 행복하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5.08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ugue). 생각해보면 어릴때부터 표현이 서툴렀다. 초등학교때에는 좋아했던 여자친구에게 좋아한다는 말 대신 짓궂은 장난으로 울리기도 했다.

학창시절에는 '어버이날' 숙제로 부모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거의 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마음은 늘 그렇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말 안해도 알아줄거라 생각했고, 지금 말 안해도 언제든 기회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도 그랬다. 집에 가면 늘 계셨으니까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언제든 말 할 기회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태어나서 가장 많이 울었다. 20년 넘게 같이 살면서 표현 한번 해본적이 없었던 게 마음 아파서.

사람 마음은 늘 간사해서 익숙함에 속아 후회와 반성을 반복한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글을 작성하는 며칠 전에도 사소한 문제로 어머니에게 화를 냈다. 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 그렇게 표현했던 내 자신을 질책했다. 언제나 할 수 있는 말이고. 언제든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은 "사랑해"인 것 같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해"라고 말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오늘'이다. 미루지 말자.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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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출구조사 "유권자 65% '인플레 트럼프 탓'"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고물가와 경제 난국의 책임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 CNN, CBS 등 미국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윌리엄 C. 가우디 기술 아카데미의 중간선거 투표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의 44%는 "2년 전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가계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고 답한 반면, 좋아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이번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8%에 그쳐, 1기 임기 당시 치러진 2018년 중간선거 지지율(45%)보다 7%포인트(P) 하락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답했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4대 핵심 경합주(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권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선거 이슈는 경제(39%)였으며, 민주주의 수호(32%)가 뒤를 이었다. 체감 물가 상승률과 관련해서는 ▲유가 및 경유 가격(87%) ▲식료품 가격(88%) ▲공공요금(86%) ▲의료비(85%) 등 삶의 질과 직결된 전 분야에서 80%가 넘는 유권자가 불안감과 생활고를 호소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층 비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로써 민주당의 라티노 우위 격차는 2024년 10%P에서 이번에 16%P로 크게 확대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흥미롭게도, 유권자들은 양당 모두에 대해 높은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4%(호감 46%), 공화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9%(호감 41%)로 양당 모두 과거 두 차례 중간선거 대비 비호감도가 크게 상승했다. '양당 모두 비호감'이라고 답한 유권자 비율도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슈별 정당 신뢰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경제, 외교 정책, 의료, 공직 부패 등 다수 분야에서 공화당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공화당은 이민 문제에서만 유일하게 우위를 점했으며, 인공지능(AI) 정책과 세금 이슈에서는 양당이 팽팽히 맞섰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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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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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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