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여전업계와 금리 등 이견…매입 다음주로 연기
올초 스프레드 30bp서 최근 70bp '껑충'…자금조달 위기
자금조달 부담에 여전업계 '발 동동'…"결정 서둘러야"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기업 자금 경색 해소를 위해 조성된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의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매입이 다음주로 미뤄지면서 카드‧캐피탈사 등 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과 여전사 간 금리 조율이 불가피하다면 일반 투자자 심리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여전채 매입에 대한 확답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03.24 alwaysame@newspim.com |
9일 업계에 따르면 채안펀드 운용사들이 전날 여전채 발행사들과의 금리 조율 끝에 매입 결정을 보류하면서 일정을 다음주로 미뤘다.
당초 채안펀드 운용사는 지난 6일 발행사들로부터 여전채 발행 금리, 수량 등 수요를 제출받은 뒤 이번주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었다.
통상 여전채 발행이 확정된 후 실제 발행까지는 2일 정도 걸린다. 이번 자금 투입 보류 결정으로 채안펀드의 첫 투자는 다음주로 연기됐다. 운용사는 10일 다시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채안펀드가 여전채 매입 결정을 보류한 이유는 금리 등 발행조건에서 의견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금리 등 발행조건에서 시장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며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노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채안펀드는 회사채 매입에서도 민간채권평가회사 평균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한 바 있다. 채안펀드는 지난 6일 3년 만기 롯데푸드 회사채에 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금리는 민간채권평가회사 평균금리보다 30bp(1bp=0.01%p)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예상과는 달리 업계에서는 하루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워 즉각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채안펀드 도입 목적이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에게 유동성을 지원한다는 명목인데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것이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정부 요청으로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등에 대해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를 실시로 역마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상황이 악화돼 자금이 계속 물리고 있어 조만간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업체가 생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여전업계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초 스프레드 30bp 수준이었던 3년 이상 여전채 민평금리가 최근 70bp를 넘어섰다. 발행 조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졌다는 뜻이다.
채안펀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AA등급 미만 중소 여전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여전채 발행 금리가 폭등한 상황에서 채안펀드 투자 대상에서도 제외됐기 때문이다.
캐피탈 업체 관계자는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금융지주사 계열 여전사도 지금 당장 버티는 수준이다. 갈수록 스프레드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반 업체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여전업계 관계자는 "업계와 당국의 의견 조율이 불가피하다면 일반 투자자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 먼저 여전채 매입 시그널을 확실하게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위기 상황인 만큼 일부 혜택을 보는 여전사가 있더라도 빠르게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