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치료제 개발도 요원...에볼라는 42년 걸려, 메르스·사스는 '아직'
코로나19, 유전자 재조합으로 돌연변이 출연가능성 ↑
"팬데믹 장기화되면 사회 붕괴" 경고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1918년 스페인독감(H1N1)으로 5000만명 이상이 죽었어. 그땐 비행기도 없었고, 아시아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여행하는 사람도 없었어. 하지만 이젠 있다. 그러니 수억명의 사람들이 '팬데믹(pandemic)'으로 죽을 수 있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팬데믹:인플루엔자와의 전쟁'의 '1편 보이지 않는 학살자'에서 세라 아이브스(Sarah Ives) 유니버셜독감백신 수석연구원의 말이다. 당시 전세계 인구는 18억명에 불과했다. 현재 세계 인구 78억명에 대입해보면 이는 결코 허언이 아니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1918년 스페인독감 유행 당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야구 경기를 하는 모습. [갈무리=넷플릭스] 2020.03.16 swiss2pac@newspim.com |
이 다큐는 '코로나19' 발병 전 제작된 영상으로, '팬데믹'의 진실을 담고 있다.
다큐에서 미국 국제개발처의 신종 위협 부서장인 데닉스 캐럴(Dennis Carroll) 박사는 "세계1차대전 종전 후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이 전 세계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면서 "결국 스페인독감이 전 지구적으로 급속히 유행하게 됐다. 독감이 유행한 18개월 동안 양차 세계대전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약 5000만명~1억명)이 죽었다"고 말했다.
국내 학계에서도 우한 봉쇄조치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큰 도움을 줬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중국의 코로나19 조치가 성공하게 된 이유는 중국이 지역사회 최하부 조직까지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중국 우한 봉쇄를 통해 10만명의 코로나19 추가 확진자 발생을 막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팬데믹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선 국경·지역봉쇄가 필요하단 얘기다. 16일 기준으로 한국인 및 한국을 거친 사람들에 대한 입국제한을 걸은 곳은 138개국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는 입국심사를 강화했을뿐, 국경·지역 봉쇄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 코로나19, 유전자 재조합 돌연변이 출현 가능성 높아
코로나19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치명적일 수 있다.
캐럴 박사는 "팬데믹은 동물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새롭고 색다른 전례 없는 바이러스가 된다"면서 "동물발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는 자연 면역이 없다. 감염에 대항해 싸울 수단이 인체에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동물성 바이러스 변이는 무궁무진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다큐에선 초기 조류독감이 'H5N1'이었지만, 지난 2013년엔 'H7N9'으로 완전히 새로운 균주로 등장했다는 사실을 열거했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팬데믹: 인플루엔자와의 전쟁'의 '1편 보이지 않는 학살자'의 한 장면. [제공=넷플릭스] 2020.03.16 swiss2pac@newspim.com |
문제는 '코로나19' 역시 박쥐에서 건너온 동물성 바이러스로 빠르게 변이를 일으키며 진화하고 있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유행할 땐 'L형'이 대다수였다"면서 "우한을 벗어나면 'S형'의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돌연변이 축적에 의해 재조합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지난 2019년 12월30일부터 올해 2월3일 사이에 등록된 코로나19 환자들에게 RNA 바이러스 소규모 변이를 보유한 다양한 유전체 분석결과, 안정성을 예단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백신·치료제를 개발하더라도 오래가기 힘들다. 세계 최초의 공통 독감 백신을 연구중인 제이크 글랜빌(Jake Glanville)은 치료법탐구학회에서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변이를 일으키면 백신의 면역반응이 다음 해면 쓸모 없어진다"면서 끔찍한 괴물에 동물성 바이러스를 비유했다.
◆ 팬데믹 장기화, 사회 붕괴...실제 이탈리아 북부, 의료인프라 무너져
캐럴 박사는 "팬데믹이 장기화되면 사회가 붕괴될 것"이라면서 "즉각 공공 의료 서비스 지속성이 위협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통상의 인프라가 작동하는 데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전기는 발전소에 의존하고 발전소는 노동인구에 의존한다. 노동인구가 병들면 취약성이 막대해진다. 몇 주 동안 식량 공급 차질이 생기면 도시는 어떻게 될까"라고 반문했다.
정용석 교수도 "팬대믹 커브를 눌러주지 못하면 의료인프라 붕괴로 치명률이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상황이 코로나19가 집중 발생한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선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일부 병원들이 고령환자에 대한 치료를 포기했다. 환자실과 병상, 인공호흡기 등 의료시설·장비가 모자란 데다 의료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도 한 노령의 확진자가 치료 순번을 기다리다 사망했다.
◆ 연내 백신·치료제 개발 쉽지 않아...에볼라 42년 소요, 메르스·사스는 '아직'
현재 다국적제약사 29곳에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섰다. 국내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GC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스마젠, 지플러스생명과학 등이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제약사 말처럼 빠르면 연내 치료제·백신 개발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아이브스 수석연구원은 '2편 바로 지금의 문제'에서 "백신은 아주 성공적으로 인류를 위협한 많은 병원체를 근절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독감이나 에이즈(HIV)처럼 빠르게 변형하는 병원체는 막을 수 없었다. 많은 연구진들이 공통 독감 백신을 찾으려했지만 그런 백신은 찾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국내 전문가도 동일한 의견을 개진했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 막대한 자금과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기존 백신개발엔 상당히 시간이 소요됐다. 그 결과 사스·메르스는 아직 백신이 없고, 에볼라 백신은 개발에 42년 걸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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