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 무급휴가 강요 166건
연차강요, 해고·권고사직 111건
"정부, 파견업체 특별근로감독 필요"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 한 웨딩홀에서 일하는 A씨는 회사로부터 10일간 무급휴가를 사용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A씨는 "휴업수당을 주지 않고 무급휴가를 강요하는 게 불법이라는 걸 알았는지 회사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호소한다'는 표현을 반복했다"면서도 "회사는 동의서 서명 여부와는 관계없이 무급휴가를 강행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 모 항공사 외주 업무를 담당한 한 회사는 사태가 진정되면 복직을 시켜주겠다며 직원 절반에게 권고사직을, 나머지 절반에게는 무급휴가 2주를 권유했다. 직원 B씨는 "무급휴가 신청서는 '개인사정으로 무급휴가를 신청한다'는 내용이었다"며 "이제는 권고사직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2020.03.16. hakjun@newspim.com |
코로나19 여파로 강제적인 무급휴가는 물론, 권고사직까지 강요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16일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제보받은 직장갑질을 분석한 결과 총 911건의 제보 중 코로나19 관련 갑질이 376건으로 41.3%를 차지했다.
376건 중 무급휴직과 무급휴업등 무급휴가가 166건(44.1%)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불이익 69건(18.4%), 연차강요 56건(14.9%), 해고·권고사직 55건(14.6%), 임금삭감 30건(8%) 순이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무급휴직·무급휴업을 하려면 노동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이 없다면 휴업기간 중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한다. 노동위원회 승인 없이 무급휴가를 실시한다면 불법인 셈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해 '해고 회피 노력'의 일환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경우에도 노동조합 등 근로자대표와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직장갑질119는 "3월 2주 코로나19 갑질은 376건으로 3월 1주 247건에 비해 1.5배 증가했다"며 "코로나 갑질이 연차강요, 무급휴가, 해고·권고사직으로 이어지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는 파견업체에 대한 정부의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고용유지조치 종료일 이후 1개월까지 감원이 없어야 하는데, 파견업체에서는 상시적 인력 조정이 발생하기 때문에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고용불안·차별·저임금에 시달렸던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이후에는 임금삭감·무급휴직·해고에 쓸려나가고 있다"며 "못된 사장님들이 코로나19를 무기로 불법 해고를 일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와 관련해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정책을 내놨지만 사실상 파견노동자에게는 효력이 없다"며 "고용노동부는 파견업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노동자들의 권익이 침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