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사태 선언, 정부에 지나친 권한 부여" 지적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긴급사태 선언' 가능성을 언급하자, 여·야당 모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6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외출 자제 등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이 국민의 이해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긴급사태 선언으로 인해 정부나 광역지자체가 갖게되는 권한은 커지는 반면, 자의적인 운용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일단 법을 먼저 개정한 후 여론과 상황을 봐가면서 선언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쿄 지지통신=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다. 2020.03.03 goldendog@newspim.com |
일본 정부는 전날 자민당·공명당 양당의 각 부회에 '신형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제시하고 승낙을 요구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코로나19를 2년 한도로 특별조치법 대상에 추가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10일 국회에 제출해 13일 성립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양당 모두 의문과 이론을 쏟아냈다. 특히 질문이 집중된 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긴급사태 선언'이었다.
현행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정부가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광역지자체인 도도부현(都道府県) 지사는 ▲주민에 외출 자제 요청 ▲학교·보건소·노인복시지설 등의 사용정지 요청 및 지시 ▲스포츠 이벤트 등의 개최 제한 요청 및 지시 ▲임시 의료시설로 토지·건물 사용 및 강제사용 ▲철도·운송회사에 의약품 운송요청 및 지시 ▲의약품·식품 등 매도 요청 및 강제사용 등이 가능해진다.
참석했던 복수의 의원이 이 같은 내용에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국민은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은 최종적으로는 "내용도 스피드도 중요하다"면서 승낙을 밝혔지만 여러가지 주문을 덧붙인 후였다.
공명당 측은 긴급사태 선언 요건에 의문을 드러냈다. 현 특별조치법에서는 "현저하고 중대한 피해", "(전염병의)전국적이고 급속한 만연" 등의 조건을 만족하면 선언할 수 있다고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공명당의 한 간부는 이 조건에 대해 "기준이 너무 추상적이라 자의적인 운용이 가능해진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재차 설명을 요구하겠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기타가와 가즈오(北側一雄) 공명당 부대표는 아예 해당 자리에 참석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사태 선언에 대해 "안이한 판단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못박았다. 또 그는 "(선언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여권 주요인사들과 상의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여당이 결정 전에 관여해야 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비판적인 입장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아즈미 준(安住淳)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행정부에 매우 큰 권한을 부여하기에 국회가 강하게 관여해야 한다"며 해당 법에 국회 보고 절차를 강화하는 규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여야 모두 신중론의 목소리가 강해지자 일본 정부도 긴급사태 선언과 관련한 언급 수위를 낮추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관련 내용을 처음 언급했던 2월 27일 직후 한 총리관저 관계자는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할 수 있는 게 늘어난다"며 법 개정 후 신속하게 선언을 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선언을 해야할) 시기가 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라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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