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정준영 징역 6년·최종훈 징역 5년 실형
법원 "절차 의견 청취…본안 심리는 2월말"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유포하고 만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가수 정준영(31) 측이 "성적 관계가 있어도 형법상 범죄가 아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윤종구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4시 40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정준영과 가수 최종훈(30) 등 5명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찍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지난해 3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03.21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현재 일부 피고인 변호인 측이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성적 관계가 있었어도 형법상 범죄가 아니라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들이 정상적인 행위라는 주장인지, 비정상이지만 범죄는 아니라는 것인지, 형사소송법상 증명 부족이라는 취지인지 항소 이유서만으론 잘 드러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항소 이유 취지에 대해 한 번 더 확인해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정준영 측은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위법수집증거를 주장하며 검찰의 증거능력에 대해 다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는 증거 수집에 있어 일부 요건에 미비한 점이 있어도 증거능력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며 "수사기관에서 특정한 사정으로 규정 요건을 완전히 따르지 못한 증거에 대해 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판례나 형사소송 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준강간 혐의 자체는 원래 우리나라 조항이 아니고 서구에서 들어온 것으로 다른 나라 사례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며 "이 사건 유형의 국외 범죄와 관련해 참고자료가 있는지 양측은 미리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피해자 변호인 측은 피고 측에서 양형 자료를 위하거나 또는 이와 무관하게 합의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경우 협조하기 바란다"며 "그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심리는 정식 본안 심리가 아닌 절차에 대해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추가 증거조사가 있을 수 있다"며 "공판기일로 진행하되 인정신문 등 본 절차는 2월 말에 정식으로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준영 등은 2016년 1월 강원도 홍천과 같은 해 3월 대구 등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정준영은 2015년 말 가수 승리(30·본명 이승현) 등 연예인들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여성들과 성관계한 사실을 밝히며 몰래 촬영한 영상을 전송하는 등 11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은 정준영과 최종훈에게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버닝썬 클럽 MD 김모 씨는 징역 5년, 회사원 권모 씨는 징역 4년에 처했다. 연예기획사 전 직원 허모 씨는 특수준강간 혐의가 무죄로 판단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피고인들은 유명 연예인 또는 그들을 지인으로 둔 친구 등의 지위를 이용해 연예인을 지망하거나 관련 분야에 종사하길 원하는 피해자들을 합동으로 준강간하거나 강제 추행했다"며 이들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범한 행위를 카카오톡 메신저에 공유하는 등 여성을 성적 쾌락의 도구로 여겼다"며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엔 사안의 중대성이 심각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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