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2020년 새해도 '트로트 열풍'이 뜨겁다. 지난해 5월 종영한 TV조선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현재 많은 방송사가 너도나도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성인가요'로 불리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비주류 장르 트로트가 이제는 대세 중의 대세가 됐다. 이유가 뭘까.
◆ TV조선이 시작하고 MBC가 받았다…불 지핀 트로트 열풍
현재의 트로트 열풍은 TV조선이 야심차게 선보인 '미스트롯'에서 시작됐다. 제2의 트로트 전성기를 이끌 차세대 스타를 탄생시키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말 그대로 트롯은 '뽕짝'이란 기존 이미지를 벗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트로트 열풍에 힘입어 새롭게 런칭된 TV조선 '미스터트롯'과 '나는 트로트 가수다' [사진=TV조선, MBC에브리원] 2020.01.16 alice09@newspim.com |
'미스트롯'의 시청률은 첫 방송 5.9%(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기준)로 시작해 마지막회는 무려 18.1%를 기록했다. 이는 종편 자체 최고 시청률. 또 프로그램을 통해 송가인, 홍자, 정다경, 김나희, 정미애 등 오랜 시간 무명이던 가수들이 빛을 보기 시작했고, 신예들은 트로트 가수로 정식 데뷔하고 '방송계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엄청난 파급력을 자랑했다.
특히 송가인과 홍자는 종편을 통해 데뷔했지만 KBS 2TV '불후의 명곡'은 물론 Mnet 등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것은 물론,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는 열었다 하면 매진을 기록하며 '트로트 열풍'을 제대로 입증했다.
'미스트롯'으로 시작된 트로트 인기는 지상파도 움직이게 했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김태호 PD가 '뽕포유' 특집을 통해 유재석의 트로트 가수 데뷔과정을 그렸다. 그로 인해 탄생한 트로트 신인 가수가 바로 유산슬이다.
유산슬은 '놀면 뭐하니?'에서 트로트 작곡가 대부들에게 받은 곡 '합정역 5번출구' '사랑의 재개발'로 음원차트 상위권에 안착했다. 시청률 역시 평균 9%를 기록했고, '사랑의 재개발'과 '합정역 5번출구'는 SNS를 통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커버 영상이 올라오면서 전 세대에 사랑 받았다.
[청주=뉴스핌] 백인혁 기자 = 가수 송가인 2019.11.29 dlsgur9757@newspim.com |
그간 트로트는 중장년~노년층이 즐기는 노래로 여겨졌지만, '미스트롯'과 '놀면 뭐하니?'를 통해 정통 트로트뿐 아니라, 젊은 연령층이 즐겨듣는 EDM, 힙합 요소를 조금씩 섞으면서 이제 10대들도 즐겨 듣는 장르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박송아 문화평론가는 "트로트 장르는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요소를 갖췄다. 젊은 가수들의 많은 활동뿐만 아니라 트로트를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중장년층의 장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스트롯'과 유산슬 등 스타탄생과 오디션 예능프로그램의 재미를 충족시켜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 냈다. 전세대의 공감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겸비하게 된 트로트 시장은 앞으로도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잘되면 너도나도…우후죽순 식 론칭에 우려도
방송가에 트로트 열풍이 불면서 이제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론칭되고 있다. MBN은 지난해 11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보이스퀸'을 선보였다.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기획의도를 밝혔지만, 주부를 대상으로 한 만큼 참가자들의 노래 장르는 대부분 트로트. 때문에 또 다른 트로트 경연이 돼버렸다. 이후 TV조선은 '미스트롯'의 시즌2 버전이자, 남자 트로트가수를 뽑는 '미스터트롯'을 새롭게 선보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놀면 뭐하니?' 유재석(유산슬) 2019.12.29 mironj19@newspim.com |
'미스트롯'이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만큼, '미스터트롯' 역시 1회 시청률 12.5%(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기준)를 찍으며 방송가를 강타했다. 2회는 무려 17.9%까지 시청률이 치솟았다. 출연자들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검색어를 장악했다.
상황이 이렇자 보다 많은 트로트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있다. 7명의 트로트 가수가 경연을 펼치고 청중 평가단에게 심사를 받는 MBC에브리원 경연 프로그램 '나는 트로트가수다'가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TV조선을 시작으로 케이블과 지상파에서도 트로트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하나가 성공하면 너도나도 뛰어드는 방송시장은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현재 방송가는 하나의 트렌드가 생기면 거기에 대적할 새로운 아이템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요소로 주제만 살짝 비튼 프로그램을 줄줄이 제작한다"고 아쉬워했다. 이 관계자는 "유행은 원래 금방 식고 빨리 변한다.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하나가 터지면 모두 따라하기 바쁘다. 방송가의 폐해 중 하나이자, 서로를 죽이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청자 입장에서도, 방송만 틀면 비슷한 프로그램이 계속 방송되기에 피로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방송사라면 조금은 모험을 하더라도 하나의 트렌드를 주도할 프로그램을 제작해 시청자에게 많은 즐길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방송사들 스스로 서로 상생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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