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요계가 다시 '사재기', 그리고 '바이럴 마케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룬 '조작된 세계-음원 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 방송 이후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음악계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로 인해 혼란만 가중된다는 음악팬들의 쓴소리도 나온다.
◆ '사재기 의혹' 가수들, 편파 방송에 뿔났다… "정정보도 요청"
지난 4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가요계 병폐인 사재기 의혹을 다뤘다. 당시 방송은 바이브, 송하예, 장덕철, 닐로, 황인욱 등 박경이 실명을 거론한 가수들을 언급하며 음원 순위 조작이 실제로 가능한지와 브로커 등의 존재를 파헤쳤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2020.01.08 alice09@newspim.com |
제작진은 멜론, 지니 등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아이디와 아이피 주소 등이 대량으로 거래되며 손쉽게 음원 순위 조작 목적의 스트리밍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많은 가수들이 사용하는 바이럴 마케팅은 포장일 뿐 사재기는 실재했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래퍼 타이거 JK, 가수 말보 등은 음원 사재기 제안을 받은 일화를 밝혀 '사재기 브로커'들이 실재함을 증언, 충격을 안겼다.
특히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음원 사재기 가수가 '데뷔 15년 넘은, 3분13초 노래 주인공'이라고 설명했고, 대중은 사재기 의혹을 받은 윤민수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윤민수는 1998년 포맨으로 데뷔했으며, 2019년 11월 발표한 '이 번호로 전화해줘'의 러닝타임이 3분13초였기 때문이다.
결국 방송 직후 바이브를 비롯해 송하예, 장덕철, 닐로 등 사재기 의혹을 받은 가수들은 일제히 입장을 밝히며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바이브 소속사 메이저나인은 "당사는 제작진 취재 요청에 따라 지난 2019년 12월 19일 사무실에서 약 6시간30분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각종 의혹을 해명한 내용이나 방송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을 전면으로 뒤집을 수 있는 자료 등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고 마치 저희가 진행했던 마케팅이 음원 사재기 의혹을 피하기 위한 행위일 뿐이며, 실제로는 사재기 업자를 통해 음원 사재기를 진행했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게 편집돼 있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2020.01.08 alice09@newspim.com |
임재현 소속사 디원미디어 역시 8일 "방송 후 가해지는 여론재판 및 인격살인 등 2차 가해에 참담함을 느낀다. 왜곡 편파 돼 방송된 것에 대한 사과, 정정보도를 요청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바이브 측은 계속되는 억측과 악성댓글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그것이 알고싶다' 해당 회차 관련 해명 설명회까지 열었다. 김성하 메이저나인 부사장은 "바이럴 마케팅은 합법적인 광고다. 바이브를 비롯해 벤, 우디는 절대 사재기를 하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 "그래도 하지 맙시다"…'그알' 행보 응원의 목소리
'그것이 알고싶다'에 억울함을 토로하는 가수들이 있는 반면, 또 다른 가수들은 제작진을 응원하며 사재기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당사자인 가수들이 극과 극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갓.
아이유는 지난 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을 캡처하며 "그래도 하지 맙시다. 제발"이라는 글을 게재해 시선을 끌었다. 캡처한 화면은 한 가수가 '왜 사재기를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는 장면인 만큼, 아이유의 일침은 환호를 받았다.
현아, 선미 역시 방송 화면을 캡처해 자신의 SNS에 올리며 문제점을 간적접으로 지적했다. SG워너비 김진호는 "연예계 관계자들 중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며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자신의 마음을 다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명할 수 있을 예술에, 지혜가 없이 모인 자들이 자해하는 줄도 모르고 폼을 잡는다. 예술에 '예'를 빼고 '술'만 타서 돌리는 겉멋 싸움, 수많은 지망생들과 동료들이 그들의 욕심에 희석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 세계가 다인 듯 믿도록 세뇌시키고, 용기 내면 때 묻은 자들이 달려들어 뒤에서 매도하기 바쁘다. 과연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지, 그럴 자격이 있는지 걱정된다. 켜진 카메라가 담는 일방통행 화면을 보며 꿈을 꾸는 사람들, 카메라가 꺼진 뒤 진짜 모습에 더 마음 쏟는 세상이기를"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사재기와 바이럴 마케팅에 대해 보도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2020.01.08 alice09@newspim.com |
솔비는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통해 문제제기된 만큼 다시 한 번 정당한 문화운동의 씨앗이 시작되길 바라본다. 창작자의 권리는 창작자가 소리내야하며, 소비자의 권리는 소비자가 되찾아야 한다. 더 이상 음원플랫폼의 불공정한 실시간 차트로 인한 아티스트들의 부당한 경쟁은 사라져야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서지음 작사가와 프롬은 몇 년간 논란이 된 사재기 의혹에 대해 안일한 태도로 대응하는 정부와 음원사이트를 저격했다. 서지음은 "문화체육관광부랑 음원 사이트는 아무것도 못(안)하던데 가요계 그놈의 역주행 때문에 뒤로 역행하는 중"이라며 날선 목소리를 냈다.
한 가요 관계자는 "'그것이 알고싶다' 보도 후 사재기와 바이럴 마케팅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는 것은 사실이다.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뚜렷한 해답 없이 자극적인 주제를 늘어놓은 것은 다소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럴 마케팅은 지금 논란이 되는 가수들 외에도 대형기획사에서도 숱하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대중이 '꼼수'이자 '편법'이라고 말하는 바이럴 마케팅의 수요가 늘어난 것도 어찌 보면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때문이다. 본질적인 문제를 없애려면 음원사이트에서 실시간 차트를 없애는 것뿐"이라고 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차트가 곧 이들에게는 수익이기 때문에 이를 없애는 것도 힘든 현실이다. 또 논란이 터질 때마다 자체적으로 차트를 분석하고 있다지만, 정말 이들도 떳떳하다면 조사나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래야 모두가 상생하는 가요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