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식으로 의사소통 가능한데도 거부"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 뇌병변장애 1급인 A씨는 지난 6월 25일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해 관할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방문한 주민센터에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감증명서 발급을 거부당한 것이다.
A씨와 활동지원사는 "몸짓, 손동작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거듭 설명했으나, 주민센터 직원은 "현행 사무편람 상 구술이나 필기가 어려운 사람에게는 인감증명서를 발급할 수 없다"고만 안내했다. 끝내 인감증명서를 받지 못한 A씨는 "다른 방식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한 데도 인감증명서 발급을 거부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장애 유형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장애인의 인감증명서 발급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24일 나왔다.
인권위는 A씨의 진정과 관련해 구술과 필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사고가 어렵다고 간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수화언어, 필담, 손짓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의사 표현이 가능한 점을 고려해 장애인의 의사능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A씨는 손동작으로 '맞다', '아니다'를 표현할 수 있고 구술로 '예', '아니오' 등 짧은 단어도 말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인권위는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A씨에게 성년후견제도를 안내하고 인감증명 발급을 거부한 것은 현행법상 장애인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공공기관 등이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보장을 위해 필요한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서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 행정안전부장관에게 뇌병변장애 등 장애 유형과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장애인에 대해 인감증명 발급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명확인 및 인감증명 사무편람' 개정을 권고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