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교 성과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핵보유국' 북한 관리하기"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이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비핵화 외교를 중단하고 핵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중대한 시험은 그동안 북한이 미국과 해왔던 비핵화 외교를 중단하고 추가 도발 의지를 암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민간 상업위성 '플래닛'이 지난 7일 오후 2시 25분과 8일 오전 11시 25분 촬영한 동창리 발사장 일대 사진을 공개했다. 2019.12.09 heogo@newspim.com |
피츠패트릭 전 차관보는 "'중대한 시험'이 어떤 것인지는 북한이 발표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시험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차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곧 파괴하겠다'고 약속했던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이곳(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시험을 하면서 이전에 자신들이 선택했던 입장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즉,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왔던 북한과의 외교적 성과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 애틀란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이번 실험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북한은 ICBM 능력을 완성하기 위해 이번 시험을 했으며, 이것을 통해 미국에 대한 핵 억지력을 강화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닝 연구원은 이어 "북한과의 비핵화 외교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의 과제는 '핵보유국 북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닝 연구원은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이 이달 하순에 열기로 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비핵화 외교를 중단하는 것을 공표하고 전 세계를 향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지난 7일 미국을 겨냥해 '비핵화가 이미 협상테이블을 떠났다'고 한 것도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을 반영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군사적인 대결을 원하고 있지 않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며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연합 유지에 실패했고 사실상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비협조적인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는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7년 3월 18일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탄도미사일 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실시했다. [사진=노동신문] |
한편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ICBM 등 미국을 위협할 만한 도발을 할 가능성은 낮으며 도발을 하더라도 연내가 아닌 새해가 될 것이며, ICBM급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북한이 올해 안에 ICBM 발사시험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이어 "북한이 정한 연내 시한이 끝날 때까지 미국 측의 입장 변화가 있는지 기다리다가 끝내 변화가 없으면 새해 들어서 어떤 도발을 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악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등을 의식해 이달 내 ICBM 발사시험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연말시한 경과 후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북한은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 발사 등 ICBM 발사에는 못 미치는 수준의 도발을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