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호주, 택시업계엔 '당근'...승차공유사업자엔 '의무' 부과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수출 사업으로 적극 육성
[편집자] '한국형 승차공유 모델'인가, 아니면 '불법 콜택시'인가.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가 사업 1년 만에 검찰의 기소로 중대 분수령을 맞았습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면허 없이 유사택시'를 운영했다는 혐의입니다. 택시업계 등도 "타다는 신산업이나 공유, 혁신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정부는 '혁신'과 '신산업'을 위해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규제를 풀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례적으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현미·박영선 장관 등이 직접 검찰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타다를 이용하고, 만족해온 소비자들은 어떡하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기존 사업자와 이해관계자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혁신을 이끌어가는 방안은 없을까요?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은 '법정대결'이 아닌 상생협력·동반성장의 해법을 모색해봅니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 차량공유회사인 우버(Uber)와 리프트(Lyft) 등장으로 뉴욕 택시 이용율은 23%나 줄었다. 뉴욕시 개인 택시면허 가격이 2014년 130만달러에서 지난해 13만달러까지 떨어지며, 10분의 1 토막이 났다. 개인택시면허 가격이 90%나 하락하자, 택시면허 매매를 통해 안정적인 노후 은퇴자금을 기대했던 택시기사들은 절망에 빠졌다. 2016년 이후 950여 명의 택시기사가 파산신청을 했고, 지난해 8명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 지난해 3월 호주에선 4개주 택시 운전 면허 소지자와 렌터카(hire-car) 운영자 6000명이 우버의 불법 영업으로 재정적인 손해를 봤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타다와 택시업계간 갈등이 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 전세계 승차공유 서비스는 매일 수많은 승객을 실어나르며, 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서울개인택시조합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타다 아웃'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에서 타다 퇴출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23 dlsgur9757@newspim.com |
◆ 미국·호주, 택시업계엔 각종 혜택...반면 우버에게 의무 부과
실리콘밸리의 본고장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지난 2013년 1월 우버를 택시사업자가 아닌 교통네트워크회사(TNC)로 규정하고 합법화했다. 이에 2014년 콜로라도, 2015년 뉴욕 등도 차례로 차량공유 서비스 합법화에 동참했다.
대신 샌프란시스코 교통국(SFMTA)은 지난 2015년부터 매년 1000달러의 택시면허 갱신료를 면제해줬다. 매사추세수주는 우버를 이용할 때마다, 20센트의 세금을 내게했다.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으로 택시업계를 지원했다. 플로리다주는 택시업계가 자율적으로 운전자를 선발하게 하고, 서비스 교육과 자동차 검사 의무 등을 면제해줬다.
뉴욕은 우버 운전자 1인당 연간 700달러 등록면허세를 내도록 했다. 또 택시기사들의 잇따른 자살에 차량공유업체들의 추가 면허 취득을 1년간 금지했다. 택시와 승차공유업체들 간 공존을 위해 뉴욕시가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하는 셈이다. 뉴욕주는 전체운송요금의 4%를 승차공유요금으로 부과중이다.
호주는 지난 2015년 우버를 합법화했다. 이후 택시업계 파업과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우버를 호출할 때마다 이용자에게 1호주달러의 부담금을 부과했다. 시행 5년만에 2억5000만달러의 펀드를 조성했고, 이 돈은 택시업계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 싱가포르·에스토니아, 수출 사업 육성...말레이시아는 '선도입 후규제'
싱가포르는 차량 공유 서비스 출시 단계부터 택시 면허 취득 의무를 부과했다. 택시정류장은 택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택시는 제한 없이 승객을 태울 수 있지만, 그랩(Grab)은 영유아 탑승 시 카시트를 장착해야 등 보다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했다.
그랩은 싱가포르에서의 성장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8개국 300여 도시에 진출했다. 그랩의 성공에 소프트뱅크, 도요타, 현대자동차 등이 투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초기에 승차공유 사업을 합법화했다.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차량·운전기사·보험 등의 요건을 강화했다. '선도입 후규제' 방식을 택한 것. 핀란드는 승차공유 서비스를 금지하다 지난해 7월 합법화했다. 대신 택시업계에겐 택시요금을 자율화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에스토니아는 정부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수출 산업으로 지원 중이다. 에스토니아 승차공유업체 '볼트'는 택시·차량·오토바이까지 부를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35개국에 진출했다. 아프리카에선 우버보다 이용률이 높다.
중국 디디추싱도 처음엔 택시업계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 2012년 디디추싱이 출범하자 택시 기사들이 파업과 폭력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리커창 총리가 지난 2016년 차량공유사업을 합법화했다. 디디추싱도 택시 기사들에게 호출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의 당근책을 제시하면서, 택시 140여만대를 협업 파트너로 끌여들였다.
그 외 인도 올라캡스, 브라질 99 등이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었지만, 현재는 일자리 창출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서울개인택시조합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타다 아웃'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에서 타다 퇴출을 촉구하는 깃발을 흔들고 있다. 2019.10.23 dlsgur9757@newspim.com |
◆ 타다 "기여금 내겠다. 하지만 우리랑 먼저 논의해야"
타다 측도 외국처럼 기여금 납부엔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국토부 주도의 일방통행식 해법에 대해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타다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내놓은 기여금 방안을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기여금, 납부방법, 납부비율, 면허 총량 등은 법안 통과 이전에 논의를 통해 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는 법안 통과 후 시행령을 통해, 기여금 액수·납부방법·운행차량 총량 등의 세부안을 확정 짓겠다는 입장"이라며 "사실상 법안 통과만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도시교통과 택시산업팀 관계자는 "타다에게 뉴욕·호주 수준의 기여금을 납부토록 할 방침"이라면서 "연 900여대 수준의 택시 감차분에 한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면허를 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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