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배 받는 국민연금, 기업 인사·정관·배당에 영향 가능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담은 정책건의서를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고 3일 밝혔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진=뉴스핌 DB] |
금융위원회가 이번에 입법예고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공적연기금 등의 기업 경영참여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간 경영참여에 해당하여 단순투자자에게 금지되던 ‘이사에 대한 직무정지, 해임요구,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른 투자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변경 추진, 배당 관련 활동 등을 공적연기금에 허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기존 5일 이내에 금융위 또는 거래소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월별로 보고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한경연은 정책건의서를 통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로 △기업 경영에 대한 정부 개입 확대 △위임입법의 한계 능가 △배당 정책의 경영권 배제는 글로벌 기준과 배치 △기업경영의 불확실성 증가 우려 네 가지를 꼽았다.
먼저 한경연은 국민연금이 정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기업 경영에 대한 정부 개입 확대를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장관, 주요 부처의 차관 4명, 국민연금 이사장 등 총 위원 20명 중 6명이 정부 측 위원이다. 자국기업의 주식 의결권을 보유한 OECD 17개국 중 기금운용 결정기구의 장이 현직 장관인 경우도 한국 뿐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기업에 대한 경영참여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정부의 기업경영에 대한 간섭 여지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상위법의 위임을 벗어나 법 체계적 문제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경연은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한 ‘임원의 선임, 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등’에 대한 예외를 두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데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일부 행위를 ‘일반 투자’로 분류해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배당 관련 활동을 경영권에서 배제하는 것은 기업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맞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배당은 기업의 유동성과 직결되어 투자에 직접 영향을 주며 배당 결정은 기업의 보유 자금 처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과다한 배당 요구가 회사 존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미국가 일본은 배당정책 변경을 중대한 변경으로 보고 경영참여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이 그 때 그 때 달라질 수 있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증가될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시행령 개정안은 ‘연기금이 사전 공개한 원칙에 따른 기업 지배구조 개선목적의 정관변경’을 경영참여가 아닌 것으로 본다. 헌데 국민연금이 사전 공개한 ‘원칙’은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추후 국민연금의 판단에 따라 경영 참여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기업경영 개입 가능성을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기업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단순투자자의 경영참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경영참여 확대에 따른 정부의 경영개입 및 경영불확실성 증가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시행령 개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정부가 지난달 6일 입법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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