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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日 경제보복 90일…"정상 간 관계개선 필요성 공유해야"

기사입력 : 2019년10월02일 06:11

최종수정 : 2019년10월22일 10:52

日 수출규제 시행 90일 지났으나 평행선만 달려
전문가들 "역사·경제·안보 문제 해결 방정식 필요"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대한(對韓) 수출규제를 시행한 지 90일이 지났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도 각의에서 통과된 지 2달째다. 양국은 그간 관계회복을 위한 대화를 이어갔으나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운 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7월 4일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에 대해 기습적으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이후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가스, 폴리아미드 등 단 5건만 수출을 허가했다. 일본은 또 지난 8월 28일부터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시행해 전략물자 1120개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를 까다롭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G20 정상 환영 및 기념촬영 식순 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산업부 "수출규제로 기업 경영활동 지장"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1일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발표 3개월 경과 관련 입장문'을 내고 "기업들 간 정상적인 계약에 따라 원활하게 이뤄져야 할 핵심소재 공급이 일본 정부의 예측하기 어려운 수출규제로 불확실성이 증폭돼 기업 경영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박 실장은 이어 "이러한 조치는 우리나라만을 특정한 일방적이고 부당한 차별조치"라며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위해 다양한 경로로 대화와 협의를 요청해 왔으나 일본 정부는 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수출규제 문제로 불거진 한일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수차례 일본 측과 외교 협의를 가졌으나 아직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각의에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하루 전인 지난 8월 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태국 방콕에서 고노 다로 당시 일본 외무상과 회담했으나 일본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20일 뒤인 8월 21일 중국 베이징에서의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계기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렸지만 고노 외무상은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하며 한일 갈등의 책임을 일본에 돌렸다. 이달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모테기 도시미쓰 신임 외무상은 전임자와 입장을 같이 했다.

정상 차원의 대화는 아예 끊겼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6월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와 최근 뉴욕 유엔 총회에 함께 참석했으나 양자회담을 열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은 오는 10월 31일부터 태국에서 개막하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서도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정부도 일본에 맞대응하며 한일 갈등을 키웠다. 지난 8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하며 역사문제에서 경제문제로 불거진 갈등을 안보문제로 확전시켰고,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지난 9월 1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 제소 절차도 개시했다.

◆ 문재인 대통령 10월 일왕 즉위식 참석 가능성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최근 한일갈등 상황에 대해 "역사문제와 경제문제에 안보문제가 결합하면서 이를 조율할 수 있는 해법이 만들어지지 않으며 양국관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한일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도입 단계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어 "아베 정부는 역사문제에 대해 한국의 요구를 들어줄 국내정치적 여유가 전혀 없고 우리 쪽도 그동안 경제에 집중하며 상대적으로 평가절하했던 역사문제가 중요쟁점으로 부각했다"며 "양국이 공존 방정식을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아 당분간 현재와 같은 대립 국면이 이어지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일 갈등은 오는 11월 22일 지소미아가 실제로 종료될 경우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발표 이전부터 연장을 요구해왔으며, 우리 정부는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하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용의가 있다"며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

한일 관계를 풀기위한 가장 가까운 계기로는 오는 10월 22일 일왕 즉위식이 거론된다. 현재로선 '일본통'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표 사절단으로 즉위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문 대통령의 전격 참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임 일왕이나 새 일왕 모두 한국에 대해 나쁜 감정이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가게 되면 새로운 한일 관계를 보여줄 계기가 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짧게나마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 국민들에게도 한국이 일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또 "10월 달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이후 11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12월 한중일 등에서 다시 만나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 것"이라며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을 정상 수준에서 공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eog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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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3남' 김동선 경영 검증 시험대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 업계 존재감이 흐려지고 있다. 백화점 시장 점유율도 6%대로 내려앉았으며, 수익성도 악화되면서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이 부사장직에 오른 지 만 1년 만에 거둔 성과가 미흡하자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본업 경쟁력 강화를 앞세우며 간판을 교체하고 대대적인 리뉴얼을 꾀하는 사이에, 갤러리아는 유통업과 다소 동떨어진 신사업인 식품에 집중한 영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김 부사장은 명품 강화와 백화점과 호텔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두 가지로 본업 반등을 꾀하고 있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사진=한화갤러리아] ◆김동선 부사장 취임 1년...그룹 존재감은 UP 26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선 미래비전총괄이 올해 11월로 부사장직에 오른 지 만 1년이 지났다. 현재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를 비롯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로보틱스, 한화모멘텀,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미래비전총괄과 함께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로써 김 부사장은 한화그룹 내 총 6개 계열사의 미등기 임원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김 부사장이 지난 2020년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보로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시작한 지 4년여 만의 일이다. 그는 그간 그룹 내에서 입지를 다져오면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2022년 갤러리아부문 전략부문장 전무에 선임됐으며, 이듬해 3월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으로부터 독립법인으로 분사하며 그룹 내 영향력을 키웠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경영 승계 과정에서 유통·서비스부문을 김동선 부사장에게 물려주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한화갤러리아 지분도 올해 대폭 늘렸다. 한화갤러리아는 김 부사장이 지난 8월 23일부터 9월 11일까지 20일간 진행된 공개매수를 통해 2816만4783주를 확보했다. 이로써 김 부사장의 보유 지분은 기존 2.32%에서 16.85%로 높아져 2대 주주로 올라섰다. 1대 주주는 36.31%를 보유한 ㈜한화이고, 3대 주주는 한화솔루션으로 1.3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갤러리아 명품관 외관 전경. [사진=한화갤러리아] ◆신사업 집중에 본업 경쟁력 약화 김 부사장 개인적으로는 그룹 안에서 존재감이 뚜렷해졌지만, 내실 경영엔 부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업인 백화점 사업은 오히려 퇴보하며 김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1년 사이에 주력 사업인 백화점의 사업 경쟁력은 약화했다. 한화갤러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2022년 7.8%에서 2023년 6.8%, 올해 3분기에는 6.4%를 기록하며 꾸준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적도 뒷걸음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매출 역성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1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고, 1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2분기 영업손실 45억 원에 이어 3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호텔 사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1~3분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리조트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4%가량 줄어든 4182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54억 원으로 전년 동기(179억 원)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다만 김동선 부사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파이브가이즈는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신사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파이브가이즈 운영사인 에프지코리아 등 식음료 부문 매출은 3분기 기준 370억 원으로 지난해 말(104억 원)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그러나 식음료 부문 매출 비중이 3분기 기준 전체의 9.4%대로 크지 않은 만큼 한화갤러리아 성장을 이끌기엔 역부족이다. 백화점 매출 비중은 90.6%에 달한다. 본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에 오픈하는 에르메스 매장 전경. [사진=한화갤러리아] ◆본업으로 다시 눈 돌리는 김동선 이에 한화갤러리아는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로 승부수를 띄운 모습이다. 한화 유통·서비스 부문(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은 포인트 교차 사용 제도를 시행하며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으로 백화점과 갤러리아몰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G포인트'를 한화리조트를 비롯해 호텔 사업장과 골프장, 아쿠아플라넷 등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H-라이브 클럽' 포인트 역시 갤러리아백화점 등 한화갤러리아의 사업장까지 사용처를 확대한다. 지난달에는 통합 유니폼을 도입하며 브랜드 통일성을 강화했다. 통합 유니폼 도입은 각사 모두 10년 넘게 사용한 유니폼을 교체하며 브랜드 통일성을 확보하고 고객 인지도 제고의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한 '명품관 리뉴얼' 계획 역시 수익성 반등을 위한 자구책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서울 압구정동 명품관 웨스트관을 내년 하반기까지 리뉴얼해 이스트관과 마찬가지로 럭셔리 공간을 넓힐 방침이다. 컨템포러리 브랜드 위주로 이스트(EAST)에 비해 상대적으로 명품 브랜드가 적었던 웨스트(WEST) 공간을 대폭 리뉴얼한다는 구상이다. '갤러리아=명품'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해 백화점 큰손인 VIP들을 잡아 실적 개선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미래비전총괄로서 단순 신사업을 넘어 향후 회사를 이끌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가시적 성과를 낸 파이브가이즈 등 식음료 부문은 물론, 본업인 백화점, 호텔 등을 포함해 향후 다양한 사업군에서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nrd@newspim.com 2024-11-2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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