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는 이미 中에 1위 뺏겨..5년 뒤엔 기술력 90%까지 따라올 듯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한중일 9대 수출주력산업에서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이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의 기술경쟁력 확보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20년전엔 한국이 메모리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세계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메모리반도체 하나만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20년전 섬유산업에서만 세계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중국은 현재 LCD, 일반기계, 선박수주 등 7개 산업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의 9대 수출주력산업별 협회 정책담당자를 대상으로 한중일 세계시장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2000년 3국간 1위 산업 개수는 △일본 6개 △한국 2개 △중국 1개였으나, 현재는 △중국 7개 △한국 1개 △일본 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5년 후인 2024년 말에는 △중국 8개 △한국 1개 △일본 0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
이번 조사에서 기준으로 삼은 9대 수출주력산업과 대표품목은 △반도체(메모리반도체) △기계(일반기계) △자동차(자동차) △석유화학(에틸렌) △철강(조강) △디스플레이(LCD) △섬유(섬유) △조선(선박수주량) △전자(통신기기)다.
조사에 따르면 2000년까지 한국은 메모리반도체와 LCD에서 세계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LCD의 경우 지난 2000년엔 한국의 세계시장점유율이 29%로 중국(2%)과 큰 격차를 뒀지만 현재 한국(32%)은 중국(33%)에 뒤쳐지고 있다. 중국과의 격차는 더 심해져 5년 뒤엔 한국이 15%, 중국이 6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2000년 세계시장에서 한국이 48.1%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현재도 62%로 약 20년만에 큰 폭으로 점유율을 늘렸다. 하지만 성장세가 줄어 5년 뒤 점유율은 6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한경연이 한국을 100으로 가정하고 세 나라의 9대 주력업종 기술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현업에서는 중국의 기술력이 5년 뒤 한국 기술력의 90% 이상까지 추격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0년에는 중국 기술력이 한국의 59.6% 수준에 불과했으나, 5년 후인 2024년에는 89.1%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산업별로는 중국의 경우, 9대 산업 중 무선통신기기(96.3%), 철강‧디스플레이(91.7%), 자동차(91.3%), 섬유(91.1%), 선박(90.9%) 등 6개 산업에서 우리를 크게 위협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산업은 5년 후 한국 기술력의 90% 이상까지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에는 한국의 기술경쟁력을 100으로 가정할 때, 일본 113.8, 중국 59.6으로 일본이 상당한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6월 기준 일본 102.8, 중국 79.8로 3국간 기술력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5년 후에는 일본 97.4, 중국 89.1로 격차가 더욱 줄어드는 가운데 한국이 비교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종합 환경은 한국을 100으로 가정할 때 중국은 100.1로 한국과 유사했다. 반면 일본은 110.5로 가장 높았다.
업종별 협회 정책담당 부서장들은 한국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활성화를 저해하는 규제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이어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인력 양성 △산학연 협력 활성화 △R&D 정부지원 강화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
한경연 관계자는 “철강·조선·자동차·전자 등 한국 주력산업은 20여년 전 일본의 주력산업이었지만, 현재와 미래에는 중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철강협회 등 9개 수출주력업종별 협회가 참여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