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20세기 초까지 기록…인물사 연구 학술적 가치 높아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고려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경주부에 부임한 관리들의 이름을 기록한 '경주부사선생안'을 비롯해 '경상도 영주제명기' '재조본 대승법계무차별론' 등 고려~조선시대 전적류 3건을 보물로 지정예고한다고 28일 밝혔다.
'경주부사선생안'은 1523년(중종 18년) 경주부 호장 김다경이 1361년(고려 공민왕 10년)에 작성된 고려시대 선생안 '경주사수호장행안'을 바탕으로 편찬한 구안과 1741년(영조 17년) 이정신 등이 작성해 1910년까지 경주부사를 역임한 인물들을 추가로 기록한 신안으로 만든 2종 2책의 선생안이다.
경주부사선생안(구안) 표지 [사진=문화재청] |
선생안은 조선시대 중앙과 지방의 각 기관, 관서에서 전임 관원의 성명·관직명·생년·본관 등을 적어놓은 책이다. 작성 시기를 기준으로 등재 인물이 현임자의 전임자라는 데서 '선생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부임한 연도와 업무를 맡은 날짜 등이 상세히 기록돼 해당 관청의 행정과 인사, 인물사 연구에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경주부사선생안'은 고려 말~20세기 초에 이르는 약 630년(1281~1910) 동안 경주에 부임한 호장들의 명단을 망라한다.
호장마다 직함과 이름 아래에 작은 글씨로 4대조의 이름, 인신(관인)을 받은 날짜(장인연월일), 대궐에 숙배한 사실, 관복하사 등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 인사행정과 인물사 연구를 위한 역사적·학술적 의의가 매우 크다.
'경상도영주제명기'는 조선 초기 문신 하연(1376~1453)이 1078년(고려 문종 32년)부터 부임한 역대 경상도지역 관찰사(경상도 영주)의 명단을 1426년(세종 8년) 처음 기록해 제작한 이래 몇 차례의 추가 기록을 거쳐 완성한 것이다. 현재 국립경주박물관 소장본은 이때 하연이 만든 '경상도영주제명기'이며 표제는 '당하제명기'로 돼 있다.
하연이 만든 '경상도 영주제명기'는 이후 계속 추가 기록돼 1718년(숙종 44년) 관찰사로 부임한 이집에 이른다. 이렇듯 640년간(1078~1718) 동일 직명의 명단을 수록한 선생안이 전래된 예는 매우 드물다.
경상도영주제명기 표지와 내지(상주향교) [사진=문화재청] |
상주향교 소장본의 '경상도영주제명기'는 하연이 제작한 국립경주박물관 소장본을 저본(원본)으로 해 1622년(광해군 14) 김지남이 제작했다. 표제는 '도선생안'이고 '상주목치'라는 기록을 통해 상주목에 보관한 책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1078년 부임한 이제원에서부터 1886년(고종 23년) 부임한 이호준에 이르기까지 추록돼 800년 넘는 세월 경상도 관찰사를 역임한 역대 인물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다.
역대 관리들의 명단인 '선생안'이 보물로 지정,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생안은 전국적으로 많은 수량이 남아 그간 현황 파악에 한계가 있었으나 학계의 연구가 진척돼 가치가 새롭게 조명됨에 따라 문화재로 지정할 여부에 대한 검토가 가능해졌다.
대승법계무차별론 내지 [사진=문화재청] |
'재조본 대승법계무차별론'은 1244년(고려 고종 31년) 판각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인출된 것으로 보이는 불교 경전이다. 본문 글자 끝의 세밀한 획이 비교적 선명히 찍혀 있고 제첨(표지가 아닌 다른 종이에 제목을 써서 붙임) 방식의 '개법장진언'으로 볼 때 고려 말~조선 초기 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
'대승법계무차별론'은 대승의 법계에는 차별이 없다는 불교의 교리를 밝힌 내용으로 인도의 승려 견혜가 지은 것을 중국 승려 제운반야 등이 7세기 말 번역한 재조본 대장경이다.
문화재청은 30일간 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