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어제와 오늘 다른 외교 평가발언에 이목이 집중된다. 어제를 '적'으로 불렀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위대한 지도자"로 치켜 세우는가 하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 비아리츠행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문재인 대통령을 "좋은 친구"(good friend of mine)라고 했지만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뒷담화를 했다는 후문이 전해져서다.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개최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中 무역협상 재개 의사표현에 "시 주석은 위대한 지도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에게 수조달러를 잃었고 매년 수천억달러 규모의 미국 지식재산을 잃고 있다며, 시 주석을 "적"(enemy)으로 지칭했다.
그러고 불과 사흘 뒤인 26일 돌연 태도를 바꿨다. 그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진행하기 전 취재진에게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침착하게" 양국 간 무역갈등을 해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솔직히 이는 위대한 일이다. 그러한 이유 중 하나는 위대한 지도자인 시 주석이 있고 중국이 위대한 국가인 이유 중 하나는 상황파악을 잘한다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러한 태도 돌변의 배경에는 무역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고 싶다는 중국 측의 전화가 좋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간밤에 우리의 고위급 협상 대표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며 협상 테이블 복귀를 제안했다고 알렸다. 이후 같은날 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이 무역합의를 몹시 바라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지소미아 파기 발표가 화근?…"문 대통령 신뢰할 수 없어"
반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정반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비아리츠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한국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과 관련, 취재진에게 "우리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나의 매우 좋은 친구"라고 했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와 양자 회담 전에 그는 "한국이 '전쟁 놀이'(war game)를 하는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이 화가 난 것"이라며 "사실을 알고 싶다면 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미 군사훈련은 "완전한 돈낭비라고 생각한다"고 해 부정적인 견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후 회담장 안에서는 문 대통령의 뒷담화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6일 일본 산케이 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전보장 토론에서 아베 총리를 바라보고, "한국의 태도는 너무하다. 현명하지 않다"며 "그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무시당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미소만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27일 일본 후지TV의 뉴스 채널 FNN(후지뉴스네트워크)도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문재인이란 사람은 신용할 수 없다"고 말을 꺼냈다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나에게 얘기했다"고 문 대통령을 거듭 비판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이틀째 만찬에서는 문 대통령에 대해 "왜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 걸까"라고 해 동석했던 다른 정상들이 놀란 표정을 짓는 장면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불과 하루 새 돌변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지도자에 대한 평가 배경에는 지소미아 파기가 있다. 산케이신문은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조약(GSOMIA·지소미아)를 파기한 점과 강제징용 문제에서 한국의 불성실한 대응이 배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으며 FNN도 "지소미아 파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견해가 일본 정부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종합해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국가를 '친구'로,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면 '적'으로 구분짓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의 한·중 지도자에 대한 평가가 언제 또 바뀔지 미지수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