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이 실물경기 한파를 진정시키기 위한 무역 협상보다 ‘트럼프 때리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주장이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에 흠집을 낼 수 있는 전략을 동원, 민주당의 승리에 힘을 보탠 뒤 원하는 내용의 딜을 이끌어낸다는 속내라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블룸버그] |
트럼프 대통령이 9월1일 추가 관세 시행을 경고한 이후 금융시장이 발작을 일으키자 미국 주요 언론들 사이에서도 재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상황이다.
노무라는 7일(현지시각) 보고서를 내고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 2020년 말까지 경제 성장 둔화를 감내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9월1일부터 3000억달러 물량의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시행하는 한편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이를 인상할 뜻을 밝히자 중국이 가장 먼저 농산물을 보복 대상으로 택한 데서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미국 농업 지역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표밭이었고, 내년 재선에서도 승패를 갈라 놓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전면전에 따른 충격이 강타한 농가에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미 큰 폭으로 떨어진 소득을 벌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UBS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중국이 농산물 수입 축소를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을 정조준, 대선 판도를 뒤집겠다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농산물을 포함한 수입 축소와 함께 위안화를 추가로 평가절하해 강달러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략하는 전술도 중국이 동원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중국이 주요 쟁점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경우 관세 인상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에 따른 제조업 및 수출업계 타격과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한 자본 유출 리스크가 잠재돼 있지만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책으로 급한 불을 끄겠다는 계산이라고 월가는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주요 산업과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매파 정책 기조를 고집할 경우 내년 재선이 좌절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전문가들 사이에 고개를 들었다.
중국의 보복과 무관하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까지 무역 협상 타결을 이끌어내려고 강수를 두다 제 발등 찍는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터프츠 대학의 다이넬 드레즈너 외교학 교수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에서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말까지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악화,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강점이 힘을 잃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 하락을 가볍게 여겼다가 대선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고, 마켓워치 역시 중국과 무역 마찰이 내년 대선 판도를 불리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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