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각실패로 책임임대차 기간 줄어
대성산업가스 전대한 임대료, 시세 절반 수준
"시장에서 관심도 낮아..흥행 참패 우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서울 구로구 신도림 디큐브시티 오피스(호텔, 백화점을 비롯한 상업시설 제외)의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디큐브시티 오피스의 임대수익률이 더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현재 디큐브시티 오피스의 최대 투자자는 국민연금인데 매각이 실패하면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25일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디큐브시티 오피스는 향후 임대수익률 하락 우려 때문에 매각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큐브시티 오피스 [자료=오피스 전문사이트 레이코리아] |
디큐브시티 오피스는 서울시 구로구 경인로 662(신도림동)에 있는 건물이다. 지난 2011년 7월 준공됐고 지하 6층, 지상 25층, 연면적 1만2112.66㎡ 규모다.
이 건물은 준공된 이후로 주인이 몇차례 바뀌었다. 앞서 대성산업은 지난 2012년 대성산업가스에 디큐브시티 오피스를 1440억원 받고 팔았다.
이듬해인 지난 2013년 대성산업가스는 디큐브시티 오피스를 '제이알제1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JR리츠)'에 1490억원에 매각했다. 현재 디큐브시티 오피스의 소유권을 가진 기관은 JR리츠다.
JR리츠의 최대 투자자는 국민연금(지분율 53.94%)이며 한화생명(12.12%), 교보생명(6.06%), 농협생명(6.06%), JR투자운용(0.97%)이 주주로 참여했다.
대성산업가스는 지난 2013년 디큐브시티를 매각할 당시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차)을 한 후 마스터리스(건물 전체를 통째로 장기임차한 후 이를 재임대)했다.
대성산업가스가 디큐브시티 오피스를 팔고 건물 전체에 임차인으로 들어간 다음 자사가 다 채우지 못한 오피스에 또다른 임차인을 유치한 셈이다.
대성산업가스의 책임임차 임대료는 3.3㎡(평)당 7만277원 수준이다. 이는 주변 시세보다 약 20~30% 높은 가격이다. 대성산업가스의 주주인 대성산업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오피스를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임대료를 높게 매긴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했다.
하지만 현재 대성산업가스의 주주는 대성산업이 아닌 MBK파트너스다. 대성산업가스가 디큐브시티를 매각한 뒤 MBK파트너스가 대성산업가스를 인수한 것. 대성산업가스의 디큐브시티 오피스 임대차 계약기간은 현재 4년 정도 남았다.
만약 임대차기간이 끝나면 대성산업가스는 현재의 높은 임대료를 시세 수준으로 낮추도록 계약조건 변경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재계약시 지금처럼 건물 전체가 아니라 대성산업가스가 실제 사용할 면적만 임차할 공산이 크다.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재계약을 하지 않고 나갈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디큐브시티 오피스 매수자는 향후 임대수익률 하락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대성산업가스가 전대(임차인이 다른 임차인에게 재임차하는 것)한 임차인들은 시세보다 약 절반 수준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가는 "대성산업가스가 전대를 하고 있는 임차인들은 시장가격보다 상당히 낮은 임대료를 내고 있다"며 "대성산업가스가 (자사가 쓰고) 남는 오피스 공간을 공실로 두는 것보다는 낮은 가격에라도 재임대하는게 낫다고 판단해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JR투자운용은 최근 디큐브시티 오피스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투자설명서(IM)를 발송했다. 이르면 이달 말 예비입찰을 진행한 다음 늦어도 오는 3분기 중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매물이 시장에서 흥행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지난해 한 차례 매각에 실패한 이후로 전반적인 조건이 나아진 게 없다는 것.
앞서 JR투자운용은 지난해에도 디큐브시티 오피스 매각을 추진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인 KB자산운용이 자금조달을 마무리하지 못해 매각이 불발됐다. 작년에 비하면 대성산업가스의 책임임대차 잔여기간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줄었다. 잠재적 매수자 입장에서는 시세보다 높은 임대료를 받으면서 임차인도 보장받을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성산업가스가 마스터리스한 임대료가 이미 시장가격보다 높아서 임대료가 오를 가능성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마스터리스 기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디큐브시티 오피스 매수자가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과거 국민연금이 이 오피스에 투자할 당시에는 높은 임대료와 수익률로 인해 성공적 투자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각여건이 나빠지고 있어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