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가 조세장벽...창업주 승계 포기하고 매각 고려해"
"자본이득과세 도입하면 조세형평 유지할 수 있어"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기업승계 시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창업주들이 승계를 포기하고 기업 매각을 고려하는 사례가 빈번하자 상속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승계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현행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일부 보완 보다는 기업승계 관련 상속세제의 전반적인 개편, 즉 자본이득과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5일 '원활한 기업승계를 위한 상속세제 개편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과 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 [자료=한경연] |
◆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승계 조세장벽
보고서에 따르면 높은 상속세율과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로 기업승계가 어려워진 창업주들이 한국M&A거래소(KMX) 또는 사모펀드에 회사매각을 의뢰하고 있다.
현행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아 2위이고,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도 OECD 국가 중 3번째로 높다고 한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특히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로 인해 상속세율이 65%까지 적용될 수 있는 점은 큰 조세장벽으로 작용한다”며 “상속재산 감소와 경영권 승계가 불확실해지면서 기업가 정신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은 획일적으로 최대주주에 대해 할증평가를 하지 않으며 영국〮, 독일 등은 소액주주에 대해 할인평가도 적용하고 있어 한국만 획일적으로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평가를 하고 있다.
보고서는 조세장벽을 제거하고 기업승계를 지원한다는 취지의 현행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대상이 제한적이고 적용요건이 까다로워 활용도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올해 6월 정부와 여당의 관련 개편안은 사후관리 기간과 업종변경범위 등을 일부 완화했지만,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한 적용대상이나 사전요건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 현장에서 체감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현행 제도 아래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은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재산은 추후 비과세되는 것이 아니라 사망자의 취득가액을 이어받아 과세 이연되는 것"이라며 "기업승계 시 상속세를 부과하지 말고 자산의 양도시 한번에 자본이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승계 관련 상속세는 기업실체(business entity)의 변동 없이, 단지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인에게 무상으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로 기업승계 시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승계에 대한 자본이득과세제도 도입방안. [자료=한경연] |
◆ 자본이득과세 도입으로 해결해야
보고서는 조세부담의 형평성과 과도한 상속세 부담 문제 모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승계 시 자본이득과세 가운데 승계취득가액 과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승계취득가액 과세는 기업승계 시 주식이나 자산에 대해서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고 사망자의 취득가액을 승계해 상속인의 양도시점에서 모두 과세할 수 있다. 이는 원활한 기업승계를 지원하면서 과세공백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 부연구위원은 “현행 가업상속공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 한정된 적용대상이므로 승계취득가액 과세(자본이득과세)는 모든 기업에 대해서 적용하고, 사전·사후요건도 대폭 완화해야 한다”며 “다만 사후관리요건을 위반한 경우 위반시점 기준으로 계산된 이자상당액을 포함한 상속세를 부과해서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