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진 "싱가포르 성명 이행의지·3차회담 기대 담겼을 것"
고유환 "연말 시한 뒀지만 北도 그렇게 여유있는 상황 아냐"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친서를 보냈다.
정상 간 친서는 회담 전이나 협상이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등장해 협상의 모멘텀을 끌고가는 역할을 했기에, 북미 협상이 넉 달간 교착상태에 빠진 현재 친서외교가 다시 한 번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넉달만에 첫 김정은 친서
양무진 "신뢰표시 외에도 의미있는 내용 담겼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표현했다. 친서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매우 개인적이고 따뜻하며 멋진 친서"라며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이번 친서에 정상 간 신뢰를 재확인하는 내용과 함께 북미협상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북미협상이 답보상태인 상태에 김 위원장이 먼저 친서를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것은 협상 재개 측면에서도 좋은 신호라는 것.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톱다운 방식의 협상에서 최고지도자간 신뢰가 여전하다는 의미"라면서 "친서가 교환됐다는 것은 최고지도자 사이에서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조만간 새로운 협상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친서에 의미있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란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보자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 6.12 정상회담 성명에 대한 의행의지, 빠른 시일내 만나고 싶다는 기대 등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 대해 언급하면서 함께 한 말에도 북한에 대한 유화메세지가 담겼다. 그는 "북한이 김정은의 지도력 아래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고, 김정남이 CIA 정보원이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내 임기 내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 교수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군사적인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등 체제보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원론적으로 재확인한 말"이라고 해석했다.
[하노이 로이터=뉴스핌] 김근철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푸 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행사 도중 곁눈질하고 있다. |
◆ 트럼프 버팀목 된 金 친서…"사랑에 빠졌다" 표현하기도
고유환 "연말 시한 뒀지만 북한도 여유 없어…지금부터 시작"
톱다운 형식으로 이뤄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정상 간 친서는 정상회담을 갖기 전마다, 또 협상이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등장했다.
가장 가깝게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할 시기인 지난 1월 초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멋진 친서를 받았다면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머지않은 미래에 계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은 바로 다음달인 2월 말에 이뤄졌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에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첫 친서를 보내 무산 위기에 빠진 회담을 가까스로 본궤도로 끌어올렸다. 당시 친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직접 백악관을 방문해 전달했다.
회담 전 외에도 김 위원장의 친서는 북미 협상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를 유지하고 협상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한 버팀목이 됐다.
지난해 7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을 통해 두번째 친서를 보내, '빈손 방북'이라는 미국 여론의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도 협상의 끈을 놓지 않도록 했다. 지난해 9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해 "역사적인 편지",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극찬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완화했다.
이 때문에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로 멈췄다가 이번에 다시 시작된 친서외교에 대해 전문가들도 기대를 걸고 있다. 고 교수는 김 위원장이 친서외교를 다시 시작한데 대해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는 연말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북한도 그렇게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하노이 회담때 너무 조급한 모습을 보였던 때 대한 반성으로 북한이 조급하지 않다는것을 보여주기 위해 연말이라는 시한을 명시한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으로 넘어가게 되면 미국의 대선과 한국의 총선이 있어 국내정치적 요소가 작용해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지금부터 (협상을) 해보자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