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콜 하나 당 주문 반경 2km 노출... 50여개 깃발 꽂는 사례도
온라인 환경 반영 못한 '가맹사업법' 사각지대... 출혈 경쟁 부추겨
[편집자] 이 기사는 5월 28일 오후 5시59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배달앱 때문에 같은 치킨 브랜드끼리 출혈경쟁이 심해져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영업 지역은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일부 배달앱이 영업 지역을 보장하지 않아 광고비 과당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맹본부 역시 이를 방치해 가맹점주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사용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치킨, 피자 등 프랜차이즈 역시 배달앱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다.
배달앱 의존도가 커지면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부담도 늘고 있다. 가맹 본부마다 배달앱과 제휴 계약 조건이 다른 데다 배달앱의 수수료 체계, 내부 정책도 제각각이라 과당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것.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영업지역을 보호해 달라'며 국민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국민청원에는 133명이 동의한 상태다.
서울 마포구에서 A치킨 브랜드를 운영하는 김 모씨는 “얼마 전까지 한 달에 2~3개 정도 '울트라콜'을 구매해 광고를 진행 해왔다. 하지만 최근 거리가 다소 떨어진 곳에 신규 매장이 들어서면서 무리한 광고를 진행하면서 주변 매장들 모두 버틸 수가 없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가맹 본부역시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며 방치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배달의민족 로고.[자료=우아한형제들] |
◆ 수수료만 내면 100km 떨어진 곳도 배달..."주변 매장 고사"
배달앱은 주문을 넣고 배달을 중개해주는 어플로 중개 기능과 광고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 배달앱 마다 수수료 체계가 다르지만, 통상 신규 창업 매장의 경우 막대한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최대한 소비자들에 노출 될 수 있도록 하는 이유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월정액 8만8000원으로 고객 주소에서 가까운 거리의 매장 순으로 노출되는 '울트라콜'과 최근 새롭게 선보인 '오픈리스트'를 운영 중이다.
울트라콜은 일명 '깃발 꽂기'라 불리며 주문한 소비자의 반경 2km 내까지 점포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오픈리스트는 가게 목록 상단에 광고를 희망하는 점포가 이용하는 랜덤 갱신형 광고서비스로, 현재는 가게 배달권역 내에서 제한 없이 모든 행정동에 광고를 노출할 수 있다.
문제는 울트라콜이나 오픈리스트에 대한 구매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한 업체가 수십 개의 깃발을 꽂고 넓은 지역에 광고를 한다면 같은 프랜차이즈 브랜드이더라도 주문자와 거리가 먼 매장이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은 홈페이지에 광고스팟을 꽂는 효율적인 전략이라면서 '사장님꿀팁'을 소개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적절한 갯수를 알아서 선택하라고만 말할 뿐이다.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는 셈이다.
5월 초부터 시작한 오픈리스트 서비스는 이미 배달의민족 측에서도 배달지연 주문거부 등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인식해 오는 6월 25일부터 광고노출 반경을 가게 주소 반영 3km까지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경 3km 안에 있는 모든 점포가 영향을 받는다.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 측은 2016년 업계 최초로 GPS 기반 기술인 ‘지오펜싱(geo-fencing)’ 기능을 적용해 광고 노출 지역에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오펜싱은 치킨, 피자 등 각 프랜차이즈 브랜드 본사에서 신규 가맹점 개점 시 영업권을 설정해 주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를 배달앱 등 온라인-모바일 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 같은 기능은 가맹 본사의 선택 사항으로 배달의민족이 임의로 설정할 수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통상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본사와 배달앱 업체 간 수수료율 등 제반 사항에 대한 제휴 계약을 맺고 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지오펜싱 기능은 일괄적인 정책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자사가 이를 강제로 적용하면 오히려 거리가 먼 곳까지 배달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매장들이 반발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자료=배달의민족 홈페이지 갈무리] |
하지만 가맹본부들은 현행법 상 사실상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업체들의 설명이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본부가 가맹점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구속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이는 가맹점이 수수료를 지불하고 광고를 하는 것은 점주의 사업 활동으로 볼 수 있고, 이를 가맹본부가 영업권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가맹사업법 상 광고 출혈경쟁을 막을 수단이 없다”면서 “배달앱이 이 같은 법의 맹점을 파고들어 경쟁을 부추긴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