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2017년 12월 출범…과거 사건 20여 개 조사
27일 마지막 정례회의 끝으로 활동 마무리
검찰총장 사과·관련 재수사·관련 법제도 개선 등 권고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별장 성접대’ 등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부실수사를 밝혀내 재수사에 이르게 하고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검찰총장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등 과거 검찰의 과오를 바로 잡기 위해 나선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이달을 끝으로 18개월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김 전 차관 수사와 문무일 검찰총장의 사과 등은 성과로 꼽히지만, 고(故) 장자연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재수사가 이뤄지지 못한 탓에 지적도 함께 받고 있다.
27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2월 출범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이날 마지막 정례회의에서 용산참사 등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오는 31일 활동을 마친다.
[과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정한중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이 20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고(故) 장자연 씨 사망 사건 의혹에 관한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05.20 mironj19@newspim.com |
◆ 김학의·남산 3억원 사건 등 재수사…검찰총장 사과 및 법·제도 개선 등 ‘성과’
검찰 과거사위는 과거 검찰 과오를 일부 바로잡는 위원회 설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과거사위는 2017년 12월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정식 발족해 과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축소나 은폐 또는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다고 판단되는 20여개 사건에 대해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재조사를 벌이도록 했다.
이에 따라 조사단은 △김근태 고문 은폐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약촌오거리 사건 △남산 3억원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 △낙동강변 살인사건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장자연리스트 사건 △용산참사 사건 등 20여 개 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했다.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재수사 권고로 꼽힌다. 과거사위는 재조사 결과를 토대로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관련 검찰의 부실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을 뿐 아니라 새롭게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권고했다.
법무부는 이같은 권고를 받아들여 검찰 수사단을 꾸렸고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는 의혹 제기 6년 만에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남산 3억원 제공 의혹에 대해서도 과거 수사가 부실했고 이 과정에서 신한금융 수뇌부의 위증이 있었다는 혐의를 밝혀내 검찰에서 관련 정황을 다시 수사하고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과 관련해서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찰의 부실 수사에 대해 직접 사과를 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이른 바 ‘장자연리스트’ 사건과 관련해선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권고, 전직 조선일보 기자의 강제추행 혐의가 드러났다. 해당 기자는 현재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과거사위는 또 검찰의 의도적 증거 은폐 등을 방지하도록 ‘법 왜곡죄’에 대한 입법 추진과 검찰의 부실 수사나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등을 막을 수 있는 관련 제도 개선 등도 권고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9.05.09 kilroy023@newspim.com |
◆ 강제수사권 부재 ‘한계’…과거 수사 검사 등 담당지 징계·처벌 없어 ‘반쪽’ 지적도
과거 검찰의 과오를 상당 부분 밝혀냈으면서도 해당 사건의 수사 검사 등에 대한 징계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반쪽짜리 활동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거사위가 의결한 진상조사단의 재조사 결과에 따르면 검찰의 부실 수사가 여러 차례 확인됐는데도 과거사위는 당시 검사에 대한 수사나 징계 등을 권고하지는 않았다.
실제 최근 수사 결과를 발표한 장자연리스트 사건이나 형제복지원 사건, 김 전 차관 사건, 신한금융 사건 등 재조사 사건 대부분에서 검찰 수사의 일부 문제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수사 담당자에 대한 징계나 처벌은 권고되지 않았다. 검찰 징계 시효가 3년인데다 조사 대상 사건 담당 검사가 이미 퇴직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가 컸다.
오히려 일부 조사단원들 사이에서는 아직 검찰에 근무하는 재조사 대상 사건의 검사가 조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까지 했다.
조사단의 강제 수사권한이 없어 재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도 한계로 남았다. 이같은 논란은 앞서 김 전 차관 사건과 장자연 사건 재조사 결과 발표 과정에서 거듭 제기됐다.
조사단은 뇌물수수와 성접대 의혹을 받는 김 전 차관을 불러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자 했지만 그는 지난 3월 15일 조사단 소환에 별다른 연락조차 하지 않고 조사에 불응했다.
장자연 사건 조사 때도 마찬가지다. 조사단은 장자연 리스트에 언급된 것으로 알려진 특정 정치인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조사하고자 했지만 해당 정치인이 조사를 거부하면서 그에 대한 진상규명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과거사위가 장 씨에 대한 특수강간 혐의에 대해 수사를 권고하지 못했던 게 결국 이처럼 강제조사 권한이 없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과거사위는 27일 마지막 정례회의를 열고 김 전 차관 사건과 용산참사 사건 등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보고받는다.
brlee19@newspim.com